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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Jul 05. 2024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 후회하지 않을까?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5

Photo by Kim Eggler on Unsplash


저자의 작업실은 여수에서도 한 시간 배 타고 남쪽으로 가야 하는 섬의 바닷가라고 합니다. 그곳의 미역창고였던 건물을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작업실로 개조할까 말까 고민을 했다고 하네요. 주변의 모든 사람이 말렸다고 합니다. 거기에 도대체 뭐 하러 작업실 공사를 하느냐며. 


하루에 세 번 배가 들어오는 동떨어진 곳이고, 공사비가 육지보다 몇 배나 들것이며, 그 섬에서의 외로움을 어떻게 할 거냐고. 친구들도, 아내도 반대를 했다고 합니다. 하긴, 섬에서는 정말 완전한 고립이 될 것 같기도 하네요. 한동안 사람도 못 보면 무서울 수도?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구분한 가치론이 마르크스가 주장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생산된 물건이 화폐라는 교환가치에 의해 평가되면서 자본주의의 문제가 시작되었다고 마르크스는 진단했다고 하네요. 저자는 아무리 비싼 돈을 들여도 자신이 만족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사용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작업실 공사를 진행합니다.


멋지지 않나요? 정말 저자의 말처럼 50대가 되어서도 교환가치가 나의 구체적인 사용가치보다 높다면 뭔가 잘못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50대 이상의 사람에게 나만의 공간, 즉 작업실이나 서재는 정말 가장 높은 사용가치를 가지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요?


정말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명쾌합니다. 후회는 한 일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로 구분되는데,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얼마든지 자기 합리화를 통해 정당화해서 기분을 돌릴 수 있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그걸 했다면… 하는 후회가 죽을 때까지 남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아파트 베란다에 조그마한 서재를 만든 것이 벌써 두 달 정도 된 거 같습니다. 그전에는 식탁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글을 쓰고, 책을 읽었습니다. 지금은 이 작은 서재가 없는 것을 상상도 못 할 거 같아요. 단돈 18000원에 책상 상판 하나 사서 시작한 서재인데, 교환가치는 0원에 가깝다고 해도 사용가치는 몇백만 원이 부럽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준공 20주년이 되었습니다. 2년 전에 집 근처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섰고, 지금도 주변에서 계속 공사 중이죠. 신축은 동일 면적 대비 3억 원이 더 비쌉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이 아파트가 더 좋습니다. 자녀들의 학교와의 거리부터 대중교통에 이르기까지 훨씬 편리하거든요. 집의 사용가치가 교환가치보다 높다고 여기는 대표적인 경우죠. 


저라면 섬의 작업실 공사를 공사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접 공사를 시도했을 것 같습니다. 나만의 작은 공간을 손수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일 듯합니다. 벽돌 한 장, 시트 한 장 올리면서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내 집이나 내 작업실을 상상하기만 해도 행복합니다.


셰틀랜드 쉽독을 키우시는군요. 제 드림 강아지가 보더 콜리와 셰틀랜드 쉽독입니다. 중형견이라 아파트에서는 키우기 어려운 녀석들이죠. 언젠가 나만의 숲 속 작업실을 완성하게 된다면 반드시 키워보고 싶은 견종입니다. 똑똑하고 아름다운 녀석들이죠. 이것도 생각만 해도 행복합니다.


오늘의 결론: 교환가치보다 훨씬 높은 사용가치가 있는 것들로 주변을 채우시길 기원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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