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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Jul 03. 2024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날아다니는 생각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4

Photo by Edu Lauton on Unsplash


자신의 아들과 할머니, 그리고 얼마 전에 죽은 친구에 이르기까지 불과 몇 분 만에 며칠 전, 수십 년 전, 그리고 일이 년 전의 시간대를 가로질러 생각을 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날아다니는 생각. 그리고 그 생각의 고리를 의식할 수 있는 것이 인간 창조성의 본질일 것이라 말합니다.


멍하니 있는 동안에 떠오르는 생각들. 저는 러닝 머신을 뛰면서 TV를 보지 않기로 몇 주 전에 다짐을 했습니다. 하지만 딱히 창조적인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이걸 주장한 저자(라이언 홀리데이 Ryan Holiday)는 책을 쓸 때 좋은 아이디어는 거의 운동을 할 때 나온다고 말했거든요.


오늘 운동할 때 든 생각은 아이들 아침식사를 뭘 차려주지? 식빵에 계란 프라이는 이제 안 먹겠다고 했고. 베이글을 사 올까? 트레이더스 베이글은 싸고 맛있는데 너무 양이 많아. 시리얼은 먹으려나? 가족회의를 해서 아침 식단을 정할까? 매일 바뀌는 식단을 준비하려면 너무 고생인데. 그러다가 운동 끝나고 집에 와서 요리책을 한 권 샀습니다.


이런 게 창의성이라고?


그런데 김정운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저도 모르게 멍 때리면서 연결된 생각이 났습니다. 독일 섬유 유연제 냄새가 엄마 냄새였다는 글에서는 우리 엄마의 냄새는 카레 냄새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가장 자주 해준 메뉴가 카레였거든요. 지금까지 아주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한 어떤 교수는 미국식 대형 매장에 가면 바닥청소 용품 때문에 유학시절이 떠오른다고 했답니다. 저는 바닥 청소 용품 부분을 읽으면서 군대시절 행정병으로써 바닥 물청소를 할 때 군화를 신고 수세미로 온 바닥을 박박 비비며 실내 뜀뛰기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최상병 님은 지금 뭐 하고 사려나?


머리를 미용실에서 잘랐습니다. 앉아서 눈을 감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거울을 쳐다보지 않고 그냥 눈을 감아요. 머리카락이 얼굴로 떨어지는 느낌을 감상하고, 눈으로 들어오지 않게 하려고요. 여자 선생님은 맵시가 더 좋게 자르십니다. 남자 선생님은 제가 선호하는 더 짧은 머리로 자르십니다. 한 달 반은 버틸 수 있거든요.


사각사각. 찰칵찰칵. 가위질 소리가 잘리는 소리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듯합니다. 비 오는 날 갔더니 역시 대기가 없어서 좋네. 새로운 샴푸 의자가 편안하네. 솜씨는 익히 알고 있으니 새로운 미용실 가는 거보다 마음이 편안하군. 샴푸는 쿨링 샴푸인가? 왠지 더 시원한 느낌? 


눈을 감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머리 잘랐던 기억이 어슴푸레 떠오릅니다. 정말 비싸서 유학생 신분으로 3달에 한번 가는 걸로 머리카락이 참 지저분했었지. 아들들이 처음 미용실에서 자르던 때가 생각납니다. 높은 쿠션 방석에 앉아서 자르는데 가만히 있질 못해서 참 거시기 했지. 막내는 언제쯤 미용실을 갈 수 있을까? 아내가 지난주 염색한 건 정말 잘됐어. 훨씬 이쁘던데? 그건 어디서 했다고 했지?


이런 생각의 연결 고리는 멍 때릴 때 생긴다는데 공감합니다. 인공지능은 이런 거 못하겠죠. 그럼 이런 연결 고리를 따른 생각을 소재로 창작을 한다면 그게 바로 창의성 아닐까요?


오늘의 결론: 멍 때리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자. 대신 그사이 떠오른 생각을 적어보는 건 어떨까?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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