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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원샘 Aug 25. 2024

젯밥에 정신 있던 교대 생활

가야금을 어떻게 접했나?

  2012년 C교대에 최종 등록했다. 교대를 졸업하고 졸업증명서를 떼면 초등교육학과(OO교육과)가 적힌다. 초등교육학은 알겠는데, 괄호는 뭘까? 교대는 분반 개념으로 300여 명의 학생들을 여러 과로 나눈다. 그런데 단순히 분반에 그치지 않고, 나름 세부 전공에 알맞게 특색 있는 강의를 수강한다. 졸업 조건도 세부 전공마다 달랐었다. 미술교육과는 졸업 전시회를, 음악교육과는 졸업 연주회를 했어야 했다. 전공이라 말하기에는 약소한 부분이 있지만, 아니라고 하기에는 졸업 조건을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했어야 했다.


  12년 2월을 떠올려본다. 입학하기 전 희망 학과를 고르기 위해 고민했던 순간들이 선명하다. 학생회 차원에서 Daum 카페를 열면, 그곳에서 각 과를 열렬히 홍보했던 글을 흥미롭게 읽었다. 고민 후, 음악교육과를 1 지망으로 선택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그리고 원하던 음악교육과로 배정받아 기뻐했다. (1 지망 우선 배정이지만, 신청자가 많다면 튕긴다.)

- 크리스 콜럼버스, 2001,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원하는 기숙사 배정을 간절히 기다리는 해리


  노래를 잘 불러서, 악기를 잘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그 흔한 피아노 학원도 다녀본 적이 없었다. '가온다' 위치도 몰랐다. 그러나 인생에서 악기 하나 배우면 좋겠다는 바람 하나로 택했다. 그런데 개강하고 보니 피아노 한 번쯤은 배워본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음감도 좋다. 심지어 음대에 다니다가 수능을 다시 보고 온 동기들도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나의 공백을 어떻게 감출 수 있을까.' 그리하여 시선을 돌린 곳이 가야금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악기는 현대인들의 귀에 깃들 기회가 없다 보니, 사람들이 낯설어한다. 낯선 멜로디는 사람들의 재빠른 판단을 유보한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하여 잘잘못을 따지기 힘들다.

대학 3학년 피아노 반주 수업 때 처음 알았다!
컴퓨터 수업 후 쉬는 시간에 사심 채우는 '라파엘'

   나의 단점을 가리기 위해 선택했던 가야금이 4년 대학 생활의 가장 큰 활력소가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글을 쓰면서 오랜만에 모교 교육과정을 살펴봤다. 추억 보정이 될법한데도 듣고 싶지 않은 과목뿐이다. 오죽하면 4학년 1학기가 그나마 즐겁게 느껴졌을까. 임용 준비생을 배려한 널널한 교육과정, 그리고 졸업연주회를 준비한다는 핑계로 임용 공부 외면하기. 환상의 조합이다.


  뭐가 그리 좋았을까. 가야금 산조의 가락이 나로 하여금 '좋다'는 느낌을 주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좋아하는 가락이 내 손끝에서 들린다? 이 느낌이 몹시 좋았다. 그런데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사람이라는 게 참 그렇다. 욕심이 생긴다. 내 소리가 미디어에서 나오는 소리와 간극이 크면 체념하게 된다. 들이붓는 노력이 허망하게 다가온다. '과한' 욕심은 사람을 곤욕스럽게 한다.


  한편으로 그 욕심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좋다'라는 이 느낌을 잃고 싶지 않았다. 더 좋아지고 싶었다. 가야금으로 졸업 연주를 마쳤지만 계속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이 바람이 마땅하다고 속삭여준 책 한 권이 있었으니, 바로 『논어』다. 글을 써놓고 나를 돌아보니 취향 참 독특하다. 공자께서 대체 뭐라 말씀하셨길래, 악기에 대한 열정에 기름을 부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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