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의 고통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반야심경"
그러므로 '반야바라밀다'는
故知 般若波羅蜜多
가장 신비하고 밝은 주문이며
是大神呪 是大明呪
위없는 주문이며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주문이니,
是無上呪 是無等等呪
온갖 괴로움을 없애고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음을 알지니라.
能除一切苦 眞實不虛
- 나무위키 해설, "반야심경" 끝자락 전 -
고대인들은 옥에 '벽사辟邪'의 힘이 있다고 믿었다. 사악함을 막는 옥으로 신수神獸의 형상을 만들거나, 상喪을 당한 자의 몸에 옥을 두르곤 했단다. 아래의 사진은 "마왕퇴 1호분 T형 백화"의 한 부분이다. 서한시대에 귀족 여인의 관 위를 덮었던 그림이다. 작품에는 현생과 지하 세계를 잇는 두 용을 옭아맨 옥이 등장한다. 혼백이 지옥으로 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일까. 아니면 지옥의 마물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은 것일까.
'반야바라밀다'는 산스크리트어를 한자로 옮긴 소리다. 반야는 '지혜'를, 바라밀다는 '피안彼岸', 즉 깨달음을 얻어 열반에 든 상태다. '이 언덕此岸'에서 '저 언덕'으로 넘어감에 지혜와 수행이 필요하다. 고통을 알아차릴 지혜. "반야심경"은 이 지혜를 노래한다. 바로 오온五蘊이 모두 공空하다는 것. 우리가 인지하고 분별하는 모든 것이 공한 줄 알면, 고통받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먹고 분별하자, 낙원에서 추방당했다.
분별은 유용하다. 그러나 때로는 인간을 괴롭힌다. 부와 가난. 미와 추. 선과 악. 승리와 패배. 불교에서는 '상相을 짓는다'고 말한다. 구분 짓는 것이다. '나'를 위해 타인을 배척하거나, 무리 짓거나, 삶에 과하게 집착하여 잘못을 저지른다. 역으로 나와 타인을 과하게 동일시하거나, 나'만'을 위해 살거나, 삶의 의욕을 저버리는 것 역시 분별이다.
현대인들은 물질적 풍요만큼이나 정신적 고통을 받는 이들이 많다. 한국의 자살률은 27명이다.(10만 명 기준, G7 국가 중 자살률이 유독 높아 난리난 일본이 약 17명이다.) 현대인들이 겪는 우울은 만성적이다. 정신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정신이 고통에 사로잡히면, 삶이 건네는 행복을 느끼기 어렵다.
부처는 '의왕醫王'으로도 불린다. 기묘한 힘으로 모든 병을 치유한다는 말이 아니다. 피와 살을 지닌 우리 육체는 늙고 언젠가 죽는다. 그러나 삶 속에서 우리의 잘못된 관념으로 우리를 아프게 하지 않을 수 있다. 특정 기준으로 남을 비교하거나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환영幻影이 판치는 이 시기에 '반야바라밀다'가 환영의 사특함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주문이다. 환영은 본질이 아니다. 허깨비다. 이 허깨비가 공한 줄 알 것. 그리하여 고대인들이 옥으로 벽사하듯, '크나큰 지혜(마하반야)'로 고통의 쇠사슬을 부러뜨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