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것에 관하여

'신'들의 공통점

by 호원샘

관세음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실 때, 오온이 모두 공한 것을 비추어 보고 모든 고통을 건너느리라.

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蜜多時, 照見 五蘊皆空, 度一切苦厄. - "반야심경" 첫대목 -


대부분의 환상 작품에서 신의 존재를 상정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올림포스 신들. 톨킨의 발라들.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티탄들이나, "발더스 게이트"는 심지어 인간이 '신'으로 승천하기도 한다. 이처럼 신은 서사적으로 흥미로운 사건의 주체가 된다.

- J. R. R. 톨킨, "곤돌린의 몰락" 중 발라, '울모'의 모습. 물을 주관하며, 요정과 인간을 사랑한다. -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사이에서조차 신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기도하거나, 간구하거나, 원망하거나.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면 신을 부른다. 누군가는 '주님 Dominus'을 찾거나, 혹자는 '관세음보살'을 찾는다. 그런데 이 둘 사이에 공통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바로 '현존'이다.


"반야심경"에서 관세음보살이 깊은 지혜와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어 모든 고통을 건너는 대목이 등장한다. 이 관세음보살의 다른 이름이 바로 '관자재 觀自在'이다. 즉 '스스로 있는 자'다.


모세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이스라엘 민족들이 당신이 누구인지 묻는다면 저는 뭐라고 답해야 합니까?" 이에 하느님께서는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니라."[I am that I am.]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신은 '현존하는 자', 히브리어로 야훼 [Yahweh]인 것이다.


영어에서 이 관념이 여실히 드러나는 표현들이 있다. 하나는 'interest'다. 접두어 'inter-'와 라틴어 'est [-이다]'의 결합은 우연이 아니다. 존재하는 것 사이에 있는 것이 'interest', 즉 흥미로운 것이다. 현존을 느끼는 것은 흥미로움을 동반한다.


다른 하나는 'be into - '다. "I am into books. (나는 책을 좋아한다.)"를 직역하면 "나는 책으로 '있는' 상태다." into 다음으로 무수히 많은 단어가 올 수 있다. 그러나 일반동사는 닫혀있다. '달리다', '공부하다', '사랑하다.' 뜻이 한계 지어진다. 인간은 열려 있는 이 상황 속에서 '좋다'는 감정을 느낀다.


인간은 대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신이 난다. 흥미 interest가 생기고, 좋아하게 된다(It makes you be into). '신나다'는 순우리말이지만, 신神과 소리가 같은 것이 단순히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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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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