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 장군 하면 떠오르는 것이 난중일기입니다.
수많은 해전에서 압도적인 성공을 거둔 명장이다 보니
난중일기에도 영웅의 고뇌가 담겨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일기 대부분 맑다, 흐리다 같은 오늘 날씨, 친구를 만나 먹은 음식이 맛있었고 어디가 아팠다.
오늘 활쏘기 연습했다 등 소소한 ‘일상언어’가 가득했습니다.
‘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 보아라Count your blessings’는 말이 있습니다.
낮 동안 SNS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고,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다 보면
남의 욕구를 내 것 마냥 덕지덕지 붙이고 올 때가 많습니다.
욕심 비만 상태에 빠져 남이 떡이 커 보이기만 하죠.
그러다 저녁 일기를 쓰려고
잠시 앉은 그 시간만으로도 정신이 차려집니다.
내가 지금 가진 걸 계산해보는 시간이 절로 일어납니다.
이때 내 것이 아닌 욕심을 덜어내 보는 시간이 되더라구요.
가진 걸 세어보는 마음으로 다시 난중일기를 보니
이순신 장군이 써 내려간 사소한 일상기록이 달리 보였습니다.
그분의 일기는 오늘 내가 누린 걸 세어보는 마음이자
욕심을 덜어내는 과정이었으며
내가 나에게 ‘오늘 하루 어땠어?’라고 묻는 일이지 않았을까.
이렇게 해석되니 난중일기가 거창하지 않아
조금 실망했던 마음도 사라졌습니다.
하루 날씨를 적어보고,
오늘 먹은 맛있는 음식,
별일 없이 하루를 집에서 조용히 마무리 짓는 순간
모두 구체적으로 세어보지 않으면 못 누리는 일이었습니다.
잠 못 이룬 밤에 이런 사소한 기록을 해보는 일에 관심이 가던 차.
주변에 5년 일기를 꾸준히 쓰는 분들이 몇 분 계시더라구요.
저도 5년 다이어리를 올해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5년의 시간에 부담감이 들었지만 매일 달랑 4줄이여서
생각보다 부담감이 1도 없습니다.
5년 완주하면 5개의 1월 31일이 한 페이지에 담기는 일기장입니다.
쉽게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불안을 잘 관리하는 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불안은 생각보다 강력한 수면방해 원인이거든요.
제가 그랬거든요.
매번 불안에 휘둘리는데도 그마저도 익숙해서 문제라고 생각치 못했습니다.
저와 같은 분이라면
하루라는 점을 찍어가는지를 확인하는 일 자체가 안심포인트가 됩니다.
우리의 하루는 어쩌면 모래 위에 발자국과 같습니다.
바람불면 모래가 금새 덮여 그간 걸어온 길이 어디였는지 눈에 안 보입니다.
바쁜 일, 눈에 닥친 일들만 급급하게 처리하며 살다보면
어디서부터 왔고,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지
내 궤적이 안 보입니다.
내 역사가 안 보입니다.
그러다 돌부리에 넘어지는 날이 오면
갑자기 이룬 것도 없고,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단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발자국의 점을 기록하면 다르겠죠.
사소한 일기로 내 삶의 점을 구체적으로 찍어주면
대단한 스토리는 없어도
점이 선이 되어가는 과정을 스스로 목격할 수 있겠다 생각됩니다.
4줄 일기장 액션플랜 2가지
① 눈에 띄는 곳에 일기장을 둔다.
② 실천할 시간을 고정한다.
전 책상 위에 두고
밤11시에 항상 기록하도록 고정시간 찜했습니다.
4줄 휘리릭 쓰고, 일기장을 덮을 때 든든함이 물씬.
작지만 든든한 리츄얼이 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alcomsle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