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좋은 일을 하는 곳엔
좋은 사람이 있다

by N잡러

20년 넘게 전기 건설기술직으로 근무하며 많은 직장 동료와 직장상사를 만났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다보니 본사 인원이 10여명 정도였다. 기업엔 기술직 외에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도 필요하다. 관리부장과 경리 사무업무를 맡은 담당 직원이다. 건설은 자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도 있다. 내가 근무한 기업만 해당할 수도 있지만, 관리직 임원이나 담당자가 회사 경영자의 친인척이었다.


근무하는 모습은 성실하지 못했고 마치 권력처럼 이용했다. 여성보다 남성이 많은 조직이라 가정사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심한 회사는 상을 치르는 것도 외가와 친가 중 한쪽만 가능했다. 이런 조직문화에서 아이를 키우며 생기는 일들에 대한 조퇴나 결근을 좋게 볼 리가 없었다. 처음 입사했던 회사는 지금이야 생각도 못 하는 일이지만 토요일이면 퇴근 시간이 되어도 상사의 눈치를 보며 퇴근하지 못했다. 윗사람도 먼저 퇴근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주5일 근무가 아니던 때였으니 더욱 그랬다. 그러다 젊은 직원이 많아지니 토요일 퇴근 시간을 일명 칼퇴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나는 관리부장에게 한 달에 한 번 정식 월차를 허락해달라고 했다. 당연히 안된다는 대답이었고 나는 사장과 직접 독대하겠다고 말했다. 사장도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나는 한 달의 한 번 월차를 받아냈다. 단 토요일에 한해서라는 단서가 붙긴했다. 그렇게 토요일 월차를 사용하니 월차를 내지 않는 토요일도 점심을 먹지 않고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영세한 중소기업의 조직문화가 가정생활 특히 양육을 하면서 병행하기 어려운 점이었기에 미련 없이 그만두었다. 아이의 양육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시민단체와 봉사를 위한 단체들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온라인 상담넷인 노워리 상담넷 2기 연수 중 강사가 이런 말을 했다. “좋은 일을 하는 곳에 가면 좋은 사람이 있어요.”라는 말을 들으며 아~ 하는 깨달았다. 맞는 말이었다.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모인 곳엔 좋은 사람이 많았다. 시민단체, NGO 단체, 자원봉사 단체 모두 그랬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상근자들, 회원들, 푸른나무재단의 상근자들, 상담봉사자들, 마을문고에서 일하는 봉사자들. 그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나보다 남을 위한다는 것,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한몫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디보다 좋은 사람이 많다. 그들은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심지어 금전적인 부분까지 후원하며 활동한다. 나의 N잡러의 터닝포인트에는 항상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마흔에 터닝포인트로 교육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공공재인 도서관을 활용한 독서교육이었고, 오십이 넘어 시작한 유튜브 교육도 협회를 통한 공동체가 구성되어 시니어 크리에이터, 장애인 크리에이터 양성을 했다.

『타이탄의 도구들』에 ‘3과 10의 규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3과 10의 배수에 도달할 때마다 모든 게 바뀐다는 것이다. 모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1인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의 임계점이 있다. 그 이상으로 단체가 클 수가 없다. 3명이 되면 일처리 방식, 의사결정, 커뮤니케이션 도구 등 새롭게 바꿔야 한다. 3명에게 적합한 시스템에서 10명이면 또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 이렇게 3과 10의 배수가 될 때마다 혁신해야 하는데 만약 그렇지 못하면 큰 문제를 겪게 된다고 한다. 기업과 달리 좋은 일을 하는 단체는 그나마 덜 영향을 받는다. 서로 배려하고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은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에 의해 움직이기에 구성원의 희생만을 요구할 수 없다.


많은 NGO, 비영리 단체들이 규모가 커지면서 힘들어지는 경우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서다. 어쩌면 당연하다. 결국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도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있고 기획을 잘한다고 해도 사람 없이 할 수 없다. 그동안 나는 참여하는 사람으로만 공동체 생활을 했다. 그러다 시스템 안에 들어가도 보았다. 좋은 일을 하는 곳에 좋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활동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이제 3과 10의 규칙에 맞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도 알았으니 좋은 사람과 오래 갈 수 있다. 얼마나 다행인가.

프로 N잡러에겐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고, 좋은 사람과 오래 같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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