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떤 분야의 책을 쓸지 정해졌고 내가 잘 알고 쓸 것이 많고 좋아하는 것으로 더 좁혀서 쓰겠다 했으니 쓰기만 하면 될텐데 막상 글을 쓰려면 안 써져요. 지금 글을 쓰는 저도 마찬가지에요. 2~3줄을 쓰는데 몇 번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게 돼요.
소설은 글을 쓰기 전 작업이 훨씬 많아요. 등장 인물의 외모, 성격까지 설정하고 시대적, 공간적 배경에 대한 것은 물론 사건들을 잘 구성해야 해요. 이때 자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설픈 글이 되죠. 일명 고증이라고 하는 거죠. 메인 작가와 자료를 찾고 서브해주는 보조 작가가 따로 있기도 하죠.
에세이도 마찬가지예요. 영화관람 후 글을 쓴다고 해도 단순히 영화에 대한 감상만을 쓴다면 개인 일기가 되는 거죠. 요즘 히트하고 있는 <서울의 봄>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감상에서 그치지 않아요. 그 사건이 일어났던 1979년에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는지 쓴다면 같은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겠죠.
그럼 자료는 무엇을 모으고 어디까지 해야 할까요?
개인의 경험이 중요한 내용이라면 일상의 기록이 다 자료가 될 거예요. 그리고 같은 분야의 책, 영화, 신문기사, 논문까지 자료는 많을수록 좋은데 자료만 많고 그걸 활용하지 못하면 소용없겠죠. 너무 다 아는 사실이라고요?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제가 어떻게 자료를 모으고 활용하는지를 알려드릴게요. 전 어떤 글을 써야겠다 싶으면 출판된 책이 있는지 검색부터 해요. 그다음으로 가장 근접한 책을 구입해서 내용을 살펴봐요. 그리고 참고할 내용만을 체크해둬요. 쓰다보면 해당 내용의 글만으론 딱딱하고 재미없어요. 그럴 때 영화의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해요. 혹은 영화에 관한 글에서 책의 내용을 빌려오기도 하죠.
제가 기획하고 공저로 참여해 출판한 [위대한 영화는 이것이 있다] 중에 <카모메 식당> 편에서 시작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의 이유는 모두 다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이 불행한 이유는 제각각이다.”으로 시작하며 영화에서 “저마다 다 사연이 있군요.”라는 대사에서 등장인물들의 사연을 소개했죠. 중간엔 [총.균.쇠]의 안나 카레니나 법칙도 인용했어요. 이처럼 꼭지글 하나에도 영화와 서로 다른 2개의 책을 자료로 사용했으니 1권의 책을 쓴다면 얼마나 많은 자료가 필요할까요?
유명한 [82년생 김지영] 소설이 어느 부분은 마치 다큐인 것처럼 신문기사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어요. 어떤 글이든 글에 힘이 실리려면 그에 부합하는 근거가 있어야 해요. 전문가들은 그들이 하는 말 자체가 전문성을 가지지만 일반인이나 비전문가들은 전문가의 말을 빌려와야 하거든요.
어떤 글을 쓰겠다 싶으면 단순하게 키워드나 생각나는 대로 키워드를 나열해서 써놓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러면 길을 가다가 간판도 눈에 들어오게 되고 TV를 보다가도 ‘아~ 저 내용을 쓰면 되겠네’하고 생각이 들어요. 제가 요즘 색채 심리와 관련된 강의를 하고 있는데 내년에 좀더 여러 분야의 컬러를 연결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있었어요. 여행을 가서 우연히 TV에서 건강과 관련된 내용이 나왔는데 ‘컬러 푸드’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오는 거예요. ‘아~ 컬러 푸드, 음식과 건강과 컬러, 딱이네.’ 요즘처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시대에 음식과 건강이면 괜찮지만 그걸 컬러로 풀어낸다면 금상첨화겠다 싶었죠. 당장 강의에서 구절판 이미지를 보여주면 컬러 푸드 내용을 추가했어요.
결국 세상 모든 것이 자료가 되는 거예요. 작가로 오래 활동하고 대필작가도 하시는 분이 작가가 되려면 남다르게 보는 눈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며 여행도 많이 다니고 많은 사람을 만나라고 했어요. 저는 거기에 영화와 영상 등 콘텐츠도 많이 보는 것을 추천드려요. 당장 필요한 자료를 도서관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나만이 경험한 것이 포함된다면 그 글이야말로 독창적인 글이 되는 거죠. 출판사에서도 정보의 나열은 출판하고자 하지 않아요. 작가가 기본적으로 인플루언서에 책 내용과 연관된 활동을 한 경험이 있어 실제로 검증이 된 내용이나 경험이 녹아들어가 있어야 출판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것이 공통점이예요.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 아닌 내 발로 직접 경험한 것들이 진짜 자료가 되는 거예요. 자~ 지금 당자 일어나서 누구를 만나든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세요. 계절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감지한다면 그것도 글감이 될 수 있어요~
다음은 목차를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 주에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