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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 Dec 14. 2023

목차는 어떻게 구성해요?

책을 쓰려면 목차를 정하고 쓰는 게 당연할까요? 


 아니에요. 이것도 성향에 따라 달라요. 저처럼 계획적이고 무언가 정해진 틀이 있어야 편한 사람은 목차를 정해놓고 쓰는 게 편해요. MBTI의 ‘J’에 해당하죠. 반대로 정해진 틀이 답답하고 오히려 글이 안 써진다는 분들은 의식의 흐름처럼 글을 쓰고 제목을 정하고 그것들을 그룹핑해서 목차를 정하는 걸 좋아해요. MBTI의 ‘P’ 들이죠.   

   

 그럼 목차를 정할 필요가 없을까요? 


 이것도 어떤 목적으로 어디에 어떤 형식으로 글을 쓰냐에 따라 달라요. 브런치 매거진처럼 큰 제목만 정해놓고 (책으로 따지면 분야와 책 제목) 글을 쓴다면 목차가 필요 없어요. 내용들이 모이면 그걸 브런치 북으로 묶을 때 순서를 정하면 될 테니까요. 블로그 글도 그래요. 카테고리만 정해놓고 글을 쓰면 되니까요. 

    

 하지만 책을 출판하겠다 싶으면 목차를 정할 필요가 있어요. 왜냐하면 초고를 다 쓰기 전에 출판사 투고를 위해 기획서를 써야 하는데 (물론 초고를 다 쓰고 기획서를 작성하고 출판사 투고를 할 수도 있죠. 초고를 다 쓰고 투고하는 것과 몇 개만으로 투고하는 것의 장단점이 있어요. 이건 다음 기회에 이야기해볼게요) 그때 목차가 꼭 필요하거든요. 목차를 꼭지글 제목은 바뀔 수도 있고 순서와 구성이 바뀔 수도 있어요. 목차가 있어야지 가능한 것들이죠.      


 그럼 목차 구성은 어떻게 할까요?


전 우선 가제로 책 제목을 정하고 노트에 손과 펜으로 생각그물을 작성해요. 중심에 키워드를 쓰고 생각나는 대로 적는 거죠. 그러다 보면 어떤 것과 어떤 것을 묶어야 하는지가 보여요. 처음부터 목차가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해요. 몇 개씩만 정하고 쓰다 보면 어느 글은 여러 개로 나눠서 쓸 내용이 있기도 해요. 쓰면서 목차를 보완하거나 수정해가는 거죠.     


스마트에듀빌더 출판사에서 처음으로 출판한 『종이책은 사라질 것인가』 기획할 땐 과거-현재-미래로 구성했어요. 과거 독서나 인쇄에 관한 이야기를 첫 챕터로, 현재의 독서 문화는 두 번째 챕터로, 책의 미래로 현재 바뀌고 있는 출판과 독서의 모습을 통해 미래는 어떨지 이야기 하는 것이 세 번째 챕터였고 마지막으로 공저자들이 대담을 한 것을 네 번째로 구성했어요.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 엄마가 되었습니다』는 처음과 마지막은 저와 아들의 학교 폭력 사건에 관한 이야기와 사건 이후의 이야기를 썼고 중간은 학교 차원에서 이뤄지는 학교폭력심의위원회와 사법기관에서 진행되는 것을 나눠서 학교폭력의 일반적인 내용들을 썼어요.      


 『위대한 영화는 이것이 있다』는 자아, 가족, 사랑, 인생, 행복, 죽음으로 키워드를 먼저 정했어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영화들을 골랐어요. 한 편의 영화를 심리, 경제, 교육문화 세 가지 관점으로 보는 컨셉이기에 18개의 영화지만 3편씩이니 54개의 꼭지글이 나온 거죠.    

  

 꼭지글과 전체글의 분량에 대한 것은 다음에 알려드릴테지만 목차는 최소 30개 정도에서 50개 정도가 있으면 돼요. 크게 3~5개의 챕터로 한 챕터 당 8~10개 정도면 되더라고요. 3개의 큰 분류에 10개 정도의 꼭지글이면 30개가 되고 5개로 구성해서 8개 꼭지글이면 40개, 10개 꼭지글이면 50개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결론으로 내가 최소 30개의 이야기를 쓸 게 있으면 책이 된다는 거예요. 물론 꼭지글 하나의 분량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숫자는 변할 수도 있어요.

      

 처음 책이나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을 땐 참 쓸 게 많겠다 싶었는데 막상 쓰려고 목차를 구성하면 생각보다 쓸 게 없어서 어려워요. 브런치에 연재했던 [가족도 몰라주는 갱년기]가 그랬어요. 갱년기를 겪으며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얼마만큼 힘들었는지 생각나지 않을 것같아, 갱년기를 겪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혹은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싶어 쓰기 시작했어요. 의학적인 지식을 넣지 않고 아주 구체적인 갱년기의 경험을 말이죠. 그러다 보니 제가 신체적인 갱년기 증상은 경험했지만 심리적인 갱년기 증상이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됐고 그 부분을 쓸 수가 없었어요. 이처럼 내가 쓰고자 하는 것에 관해 경험이나 지식이 없으면 글을 쓸 수가 없어요. 결국 자신이 잘 알고 쓸 내용이 많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거죠.     

 다음은 순서를 바꿔서 분량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하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게요. 년말이라 마음도 분주할텐데 주말에 날씨가 추워진다고 하니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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