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구성에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필수는 아니에요. 보통 에필로그는 안 써도 프롤로그는 써요. 책의 제일 처음에 위치하지만 제일 나중에 쓰게 되기도 해요. 책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에 관해 쓰려면 초고가 다 나와야 가능하기 때문이죠. 프롤로그에 들어갈 내용은 제 경우엔 세 가지 정도예요. 첫째,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이고 둘째, “책의 장별 구성”이며 셋째, “이 책을 이렇게 읽으면...”이에요.
첫 번째 내용인 책을 쓰게 된 이유인데 작가는 책을 쓰려고 기획할 때부터 책을 쓰려고 하는 목적이나 목표 혹은 이유가 있어요. 그 내용을 프롤로그에 쓰는 거죠.
『위대한 영화는 이것이 있다』의 프롤로그는 공저자 3명 중 기획자이기도 한 제가 프롤로그를 썼어요. 이렇게 작가가 여러 명일 경우엔 그중 한 명이 쓰고 같이 검토해요.
“같은 영화지만 다른 분야의 사람들은 어떻게 볼까 궁금했어요. 그래서 같은 영화를 심리, 경제, 교육 문화의 관점으로 보고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글을 써서 같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이 책을 쓰게 되었어요.”
두 번째 내용인 책의 구성은 논문의 서론에서 논문의 구성을 밝히는 것과 유사해요. 장별로 나눠서 무슨 내용을 다뤘는지 쓰거나 공저자가 있으면 공저자가 어떻게 나눠서 썼는지를 써요.
『위대한 영화는 이것이 있다』에서는 “자아, 가족, 사랑, 인생, 죽음, 행복이라는 여섯 개의 주제로 각각 세 편의 영화를 선정해서 총 18편의 영화를 소개했어요. 심리편은 심리학을 전공한 이승호, 경제편은 재무 실무와 저자인 양재우, 교육 문화는 교육학과 문화학을 전공한 정승훈이 맡았어요.”
세 번째 내용으로는 책을 읽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인데 『위대한 영화는 이것이 있다』에서는 “영화를 보고 읽어도 좋고, 보지 않고 읽어도 괜찮아요. 혹은 책을 보고 다시 영화를 봐도 좋겠죠. 영화는 시대와 나라를 골고루 섞었어요. 맘에 드는 영화나 주제부터 읽으셔도 돼요. 책과 영화를 보고 공감이나 이견이 있으면 언제든 SNS로 참여해주세요.”
물론 위의 세 가지 내용을 꼭 써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한 가지만 써도 괜찮아요. 세 가지 모두 쓰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이건 작가가 원하는 방식으로 쓰면 돼요. 하지만 위 내용을 쓰면 책을 고르는 독자에겐 ‘아~ 이 작가가 책을 이렇게 썼구나’ 이해하게 되고 책을 구입하고자 하는 이유와 맞다면 선택하겠죠. 독자에게 책 사용 안내서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돼요.
프롤로그가 1개일 필요도 없어요.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 엄마가 되었습니다』는 저와 아들이 하나씩 써서 두 개였어요. 프롤로그 1 “엄마가 전하는 그날 그 이후 이야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프롤로그 2 “아들이 들려주는 그날 그 이후 이야기, 그 후배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감사하다” 였어요. 이 책에선 위의 세 가지 내용은 없어요. 그저 그 사건 이후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고 프롤로그 끝에 “제 경험이 같은 과정을 겪는 부모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와 아들, 그리고 학교폭력에 대해 차근히 써나가겠습니다.”라고 맺었어요.
프롤로그에 감사 인사를 하는 경우가 많죠. 글 쓰는 동안 옆에서 지켜봐 준 가족이라든가, 출판사 관계자나 함께 작업한 혹은 도움을 준 사람들을 거론하며 감사를 표하는데 제가 독자입장에서 봤을 땐 공감이 안 되더라고요.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작가가 감사한 거지 독자는 몰라도 되는 내용이라 생각되었거든요. 그래서 전 감사 인사 넣지 않아요. 이건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니 프롤로그에 넣는 것은 작가의 선택이에요.
그럼 에필로그는 무슨 내용을 쓸까요?
제가 출판한 여섯 권의 책에 두 권만이 에필로그가 있어요. 『이것만 알면 당신도 미디어리터러시 지도사』는 제가 프롤로그로 “나는 왜 미디어리터러시에 관심이 생겼을까”를 썼고 다른 공저자가 에필로그로 “나에게 미디어리터러시란”을 나눠서 썼어요. 꼭 에필로그에 써야 하는 내용은 아니었죠.
다른 한 권인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 엄마가 되었습니다』의 에필로그는 “내 자식에 대해 다 알고 있다는 것은 부모의 착각”이란 제목으로 썼어요. 본문에 다루지 못했지만 마지막으로 정리하며 강조하는 내용이 에필로그에 들어가요. “무엇보다 부모가 먼저 단단해져야 합니다. 아이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일이 커지기 전에 아이가 도움을 청해오고, 사건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로 글을 맺었어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분량은 어느 정도로 써야 할까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정해진 분량이 없어요. 작가에 따라 너무 다르기도 하고 프롤로그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하기도 해요. 저는 오히려 꼭지글보다 더 짧게 쓰는 편이에요. A4 한 장 정도로 짧고 간결하게 쓰는데 왠지 길어지면 지루해지는 느낌이라 할 말만 하는 편이죠.
이번 주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필요성과 내용과 분량에 대해 이야기해 드렸어요. 다음 주에는 퇴고에 대해 알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