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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 Jan 04. 2024

퇴고는 꼭 해야 하나요?

언제, 뭘, 어떻게 

헤밍웨이의 유명한 말이 있죠. “모든 글의 초고는 쓰레기다.” 마오쩌둥은 “일단 써놓고 맘에 들 때까지 고치면 된다” 라고도 했어요.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400번 고쳐서 완성했다고 하니 초고가 어땠을까보다 완성도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생각하게 돼요.     


 그럼 퇴고는 꼭 해야 할까요?      


 당연한 걸 묻는다고요? 그렇죠. 퇴고를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퇴고는 어떻게 하고 뭘 해야 하고 언제 해야 할까요? 퇴고할수록 글이 좋아질까요?


 이렇게 많은 질문을 하는 이유는 글쓰기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퇴고도 작가의 성향에 따라 달라요. 퇴고의 중요성을 너무 많이 듣고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까지 알고 있지만 저는 퇴고를 잘 안 하게 되더군요. 초고를 쓸 땐 목차와 일정을 정해놓고 한 개의 글을 완성해요. 브런치 연재하고 있는 이 글도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 연재이니 월요일부터 수요일 중에 글을 쓰고 있어요. 쓰고 나서 저장하고 목요일에 업로드해요. 일정이 바쁠 때는 글을 쓰는 것만으로 끝내고 업로드하고 보통 읽어보고 어색한 문장을 고쳐요.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이제 제법 익숙해져서 많이 틀리지 않아요.     


 대학교 다닐 때 시험시간에 가장 빨리 나오는 학생 중의 하나였어요. 고민도 오래 하지 않고 작성하면 수정하지 않아요. 같은 과 학생들이 “넌 왜 그렇게 빨리 나가냐? 공부 많이 했나봐~”하고 물어봤어요. 전 모르는 걸 붙잡고 있어 봐야 생각이 날 리 없고 그렇게 있는 시간을 참기 힘들었어요. 시험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예요. 생각이 나면 빨리 정리하고, 정리하고 나면 끝이에요. 많은 일을 동시에 하다 보니 생겨난 나만의 방식인 것 같아요.


 그래서 글쓰기도 퇴고를 최소한으로 하게 돼요. 단독저서를 출판할 때도 출판사에서 교정본을 계속 보내오는데 나중엔 PDF 파일로 보내오는데 읽기 싫더라고요. 논문도 마찬가지였어요.     


 퇴고할수록 좋아지는 걸 경험해본 적이 없는 거죠. 더불어 화면으로 보며 퇴고하는 것이 아니라 프린트해서 소리 내서 읽어보라고 하는데 (그래서 친절한 출판사는 a3로 펼친 페이지로 출력해서 보내주기도 해요.) 전체 초고가 아니면 이것도 잘 안 하게 돼요. 작가가 모두 저와 같진 않고, 모든 글은 퇴고해야 하니 언제어떻게 하는지 말씀드릴게요.     


첫 번째 퇴고는 언제 할까요?


 퇴고는 전체 초고를 쓰고 나서 하면 돼요. 전체 글을 읽어봐야 순서도 재배치할 수도 있고 추가할 것과 반복되는 표현을 없앨 수 있어요. 작가마다 잘 쓰는 표현이 있어요. 그러다보면 나도 모르게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독자가 읽기엔 지루하고 ‘이 작가는 이 표현밖에 못하나’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느끼죠. 그래서 같은 뜻의 다른 단어를 써야 해요. 한 꼭지글 내에서도 계속 겹치기도 하고 전체 글에서도 그럴 수 있거든요.     


두 번째 퇴고는 뭘 할까요?


 퇴고는 맞춤법, 띄어쓰기는 기본이고 비문을 없애야 해요. 주술 관계가 맞는지 봐야 해요. 문장의 주어부터 찾고 그 주어와 술어가 잘못되면 비문이 되는 거예요. 주어를 꾸며주는 말이 길어지면 어디가 주어인지 찾기 힘들어요. “이렇게 많은 질문을 하는 이유는 글쓰기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퇴고도 작가의 성향에 따라 달라요.” 위에 쓴 문장이에요. ‘이유는‘이 주어인데 술어로 ’달라요‘가 아니라 ’다르기 때문이에요‘, ’달라서예요‘가 맞아요.’이렇게 많은 질문을 하는 이유는‘과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하는 이유는‘ 어떤 게 더 나은가요? 이런 것들이 퇴고하면서 고민하는 부분일 거예요. 물론 출판사에서 교정, 교열 나아가 윤문도 해주기에 초고만 있어도 출판할 수 있어요. 하지만 최대한 작가의 글을 살리기에 작가가 잘 쓴 초고가 좋겠죠. 


 글 외에 그림, 그래프 등의 이미지가 있다면, 이것도 출판사에서 이미지 작업을 다시 할 수도 있지만요. (제 책도 이미지 작업을 거의 다시 했거든요.) 저작권에 위배가 되지 않는 최대한 화질이 좋은 적합한 이미지로 바꾸는 것도 포함돼요.     


세 번째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초고를 끝내고 퇴고한다고 했을 때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체를 프린트해서 소리내서 읽으면서 해요. 지금처럼 한 개의 꼭지글을 쓸 땐 화면상에서 보고 할 수 있지만 분량이 많아지면 프린트해서 퇴고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에요. 펜으로 직접 추가 글과 삭제 글을 표시하면서 가시적으로 보이게 하는 거죠. 그걸 보면서 원고를 고치면 돼요. 아날로그 세대라서 프린트물 읽기가 더 편한 것일 수도 있어요.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라면 이것도 달라지겠죠. 


 퇴고, 참 귀찮고 하기 싫은 작업인데 안 할 수도 없어서 나에게 맞는 퇴고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어요.     


 다음엔 온라인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혹시 글쓰기나 출판에 궁금한 점 있으면 댓글로 질문해주시면 연재글로 써볼게요.


2024년 청룡의 해가 시작되었어요. 용처럼 비상하는 한 해가 되시길 바라며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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