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을 주고 끝낼 것인가?

두 번째 검찰청 형사조정 과정을 하고 나서

by N잡러

“어떻게 하실 거예요? 저 어머니 절대 2,000만 원 이하로는 합의를 보지 않을 거예요. 2,000만 원에 합의하신다면 우리가 조정해볼게요.”


2주 정도의 시간이 지나 10월 29일 4시 동부지검에서 지난번 조정위원들과는 다른 조정위원들과 함께 피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지난번도 이번도 우리 부부는 함께 참석했습니다. 남편은 어떻게든 시간을 냈습니다. 또 아이를 데리고 오셨더군요. 병원에서 받은 서류를 위원들에게 제출했습니다. 위원들이 그럼 얼마를 받기 원하냐고 물어보았고 그 어머니는 아들이 듣는데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아들을 내보냈습니다. 병원에서 받은 소견서와 자비로 받은 정신상담 치료비에, 지금 당장 코 수술비 500만 원, 앞으로 2차 수술비가 8~900만 원, 지금은 괜찮지만 나중에 턱이 돌아갈 수도 있어 양악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 금액은 얼마일지 정확하지 않지만 2,000만 원 이상이니 다 합쳐서 4,000만 원을 달라고 했습니다.


위원 중 한 분이 “저도 학창 시절 싸워서 코가 휘었어요. 나중에 잘못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아요. 앞으로 있지도 않을 수 있는 일까지 지금 달라고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으세요? 이 분들도 큰돈일 수 있는데 한꺼번에 다 해드릴 수 없을 수 있으니 차후에 수술해야 할 때 받는 걸로 합의를 볼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상대 어머니는 지금 다 받아야겠다고 했습니다. 가해자 부모들은 너무 큰 액수에 당황해서 서로 얼굴만 볼뿐이었습니다.


순간 합의금을 주고 끝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해자 부모들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위원장이 가해자 부모님도 의논을 해야 하니 피해자 어머님은 좀 나가 계시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 어머니는 지금 부산에 시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빨리 가봐야 한다더군요. 피해자 어머니가 나가고 위원장이 우리에게 “어떻게 하실 거예요? 저 어머니 절대 2,000만 원 이하로는 합의를 보지 않을 거예요. 2,000만 원에 합의하신다면 우리가 조정해볼게요.”라고 했습니다.


가해자 부모들은 합의를 보면, 범죄행위는 있으나 기소하지 않는 기소유예로 여기서 모든 일이 끝이란 걸 알았지만 ‘맞으면 돈 받는구나’라고 여기게 될 피해학생을 위해서라도 돈으로 합의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너무 길어지고 생각지도 못한 재판이란 걸 받더라도 말이죠. 결국 합의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집단폭행은 검사가 사건 수사 후 재판에 회부하지 않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말하는 불기소 처분이 되지 않는다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피해 학생과 어머니를 들어오라고 하고 합의가 되지 않음을 알려줬습니다. 검찰에서 합의가 되지 않았으니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간다고 했습니다. 그 어머니는 아들과 바쁘다며 부랴부랴 갔습니다. 가해자 부모들도 검찰청을 나와 별다른 말없이 헤어졌습니다. 남편은 잘 될 거라며 절 안심시켰습니다.

한 편 장례를 치르러 간다는 그 어머니의 말이 생각나 ‘힘든 시간일 텐데 죄송하다. 큰일 잘 치르시고 먼 길 조심히 다녀오시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감사하고 자기도 죄송하다는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사건이 있고 5개월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기에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상상도 안됐습니다.


일생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검찰청에, 이젠 법원도 가야 하니 마음 단단히 먹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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