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 가본 검찰청

첫 번째 검찰청 형사조정 과정을 하고 나서

by N잡러

"어머니, 저희가 사과를 안 한 게 아니고 어머니께서 연락처를 알려주지 말라고 하셔서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어요."


교육을 다 받고 여름방학을 지내며 ‘이제 검찰에서 잘 해결되면 끝이겠지. 늦어도 올해 안에 끝나겠지. 아니 끝나야 하는데.’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 성격상 미리 고민하지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동부지방검찰청 담당 검사가 정해지고 전화가 왔습니다. 형사조정위원회가 있는데 피해자와 가해자 부모님들이 만나는 자리로 조정위원들이 함께 한다고 하더군요. 형사조정위원회를 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왔습니다. 당연히 마다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겠다고 대답하니 빨리 해야 10월이라고 하며 추후 일자를 통보해주겠다고 했습니다. 형사조정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그동안의 일들과 교육을 성실히 임했다는 내용, 부모로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게 하겠으니 선처를 바란다는 ‘부모 진술서’와 담임선생님께서 본 아들과 사건에 대한 ‘담임 의견서’, 아들의 반성문을 검찰청에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더군요.


10월 16일 4시 동부지검에서 형사조정위원회가 있으니 검찰청에 나오라는 우편을 받았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평일이었지만 시간을 낸 남편과 함께 동부지검으로 갔습니다. 신분증을 제출하고 출입증을 받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피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학교 조퇴까지 시켜 아이를 데리고 올 줄은 몰랐습니다. 피해학생 어머니는 아들에게 보여주려고 같이 왔다고 하더군요. 조정위원 세 명은 법조계에서 일했던 경력자들로 자원봉사로 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철저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위원회를 끌어갔습니다.


우선 사실과 관련한 사항을 알려주며 맞는지 확인하고 피해자에게 먼저 이야기를 하라고 했습니다. 피해자 어머니는 ‘자기가 알게 되고 처음엔 남자아이들 맞고 때리고 하니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그래서 같은 아이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진단서도 끊지 않았다. 병원을 다녔고 코피도 계속 흘리고 턱이 잘못돼서 밥도 잘 못 먹는다. 그런데 전화로 협박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신고하게 됐다. 한 번도 사과도 없고 연락도 없었다.’라고 하더군요. 위원장이 가해자는 할 이야기가 없는지 물어왔습니다. 남편은 피해학생에게 ‘우선 어른으로 이런 자리에 오게 해서 미안하다’라고 했습니다. ‘아저씨가 왜, 뭐가 미안해요’라고 삐딱하게 앉아 말할 땐 정말 너무 화가 나서 한 마디하고 싶은 걸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다른 부모들도 아이와 엄마에게 사과하고 위원들에게도 선처를 바란다는 말을 했습니다. 저 역시 사과하고 아이가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하면서, 할 이야기는 많았지만 딱 한 가지 더 말했습니다. "어머니, 저희가 사과를 안 한 게 아니고 어머니께서 연락처를 알려주지 말라고 하셔서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어요."라고 했습니다. 위원회에서 연락처를 모르냐면서 연락처를 주라고 피해학생 어머니께 말하니 그제야 명함이 2개인데 하면서 하나를 주더군요. 피해학생 어머니는 위원들에게 가해자 측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마냥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는 없으니 위원회에서 합의할 의사가 있냐고 물어왔습니다. 양측 모두 그렇다고 했고 위원회에선 그럼 얼마의 합의금이면 합의하겠냐고 피해자 어머님께 물었습니다. 피해자 어머니는 코부터 턱까지 수술을 해야 하는데 아는 성형외과 의사에게 물어보니 몇 천만 원이 된다고 하는데 정확한 금액은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합의금을 얼마를 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피해자 어머니가 병원 가서 진단서와 확인서를 받아와야 하니 시간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10월 29일로 다음 날짜를 잡고 조정을 끝냈습니다.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고 돌아오면서 답답하고 끝이 언제가 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연락처를 알게 됐으니 ‘오늘 힘드셨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 병원 다녀오시면 꼭 연락 달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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