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이면 친구인 남학생들과는 다르게 여학생들은 초등 저학년부터 단짝 친구가 생깁니다. 다른 반이면 수업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같이 집으로 가죠. 초등 4학년부터 여학생들은 무리가 형성됩니다. 혜영파 소연파로 나뉘게 되죠. 서로를 따돌리며 어느 그룹에 들어가야만 편히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러다 5학년이 되면 점점 더 심해집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가진 엄마는 딸이 친구 때문에 우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합니다. “어느 날 같은 반 친구가 전화를 해서는 소연이와 나 중에서 누가 좋아하고 물었대요. 그래서 둘 다 좋아하고 대답했더니 아니, 그래도 둘 중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람이 누구냐고 대답을 할 때까지 물어서 어쩔 수 없이 네가 더 좋아하고 대답한 거죠. 그런데 다음 날 학교에 가니 자신이 소연이는 싫다고 했다고 소문이 나버렸대요.”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이야기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여학생들은 어느 날 갑자기 친구에서 적이 됩니다. 피해자들에게 예고도 없고 분명한 이유도 알지 못합니다. 교사가 개입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같이 놀기 싫다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라고 합니다.
반장인 여학생이 담임교사가 시킨 일을 하는데 면전에 대놓고 지속적으로 욕을 하는 아이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욕을 들으며 너무 힘들었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계속했고 그 아이들에게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이 일로 힘들어하며 시간을 낭비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생각하며 공부에 전념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후자를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학기말이 되어 욕을 했던 아이가 직접 미안했다며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그 여학생은 지금 성인이 되었고 그때의 일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소녀들의 심리학』에 나온 사례들을 보면 너무도 같은 상황과 말들이 놀랍습니다. 친한 친구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 약점이 되어 나를 공격하는 것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좋아하는 남학생에 대한 비밀은 남들에게 공개되면서 ‘걸레’라는 표현까지 듣게 됩니다. 자기가 잘난 줄 아는 아이는 여학생들에게 질투의 대상입니다. 공부 잘하는 것도, 선생님에게 칭찬을 듣는 것도, 남학생에게 인기 있는 것도, 예쁜 것도 그냥 존재만으로 표적이 됩니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음에도 공격을 받고 따돌림을 당합니다.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처럼 직접적인 물리적 공격을 하기보다 흘겨보거나 말을 붙이지 않고 없는 사람 취급을 하며 따돌립니다. 무리를 지어 같이 공격합니다. 무리는 힘이 있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무리일 때 힘이 생깁니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 공격을 시작합니다. 옷차림에 대해, 생김새에 대해 뒤에서 흉보고 욕하고 험담을 합니다. 그리곤 부풀려져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을 소문냅니다. 남학생들은 조금 아는 사람이나 잘 모르는 사람을 따돌리지만 여학생은 친구인 친밀한 관계를 따돌립니다. 그렇기에 어느 무리에 끼느냐 못 끼느냐는 정말 중요합니다. 어른들이 보기엔 그냥 혼자 지내면 되지 뭘 그렇게까지 끼려고 하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치명적인 심리적 상처를 만듭니다. 따돌림을 주도한 가해자나 따돌림을 당했던 피해자 모두 성인이 되어서까지 고통스러워합니다. 심각하게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통점은 또 있습니다. 어른들에게 특히 부모에게 잘 알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돌려진 것이 부끄럽고 못났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여깁니다. 어른들의 “지나고 나면 괜찮아져.”라는 반응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여학생들은 얌전하고 남을 배려하고 착해야 한다는 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욕망인 시기, 질투와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다 보니 건강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남을 공격하는 형태가 됩니다.
누구나 내가 가지고 있는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이 있습니다. 신체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성격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상대에게 말하며 “사실 난 네가 질투가 나. 너의 똑 부러지는 성격이 부러워.”라고 하는 순간 상대는 “나는 너의 예쁜 얼굴과 사교성이 부러웠어.”라며 자신들의 감정에 솔직해지며 나와 같구나를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평소에 가정에서도 이런 연습이 필요합니다. 딸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욕구도 인정해주며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갈등이 없을 수 없습니다. 갈등을 해결해본 경험이 쌓여 문제해결력도 생겨나서 다음에 다른 일에서도 적용합니다. 그러면서 자신감도 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