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대면하는 우리의 태도 05
할머니는 1923년생이셨다.
평양북도에서 태어나 일제시대를 이북에서 겪으셨고, 6.25에 남한으로 넘어오셨다.
할아버지는 아빠가 9살 때, 1968년 정도에 돌아가셨다.
그러니까 약 46년 정도를 할아버지 없이 집안의 대들보 역할을 하신 것이다.
아빠의 형제는 4명이었다. 큰아빠, 큰고모, 작은 고모, 아빠.
6.25 때는 큰아빠와 나머지 형제 분들이 있었는데, 큰아빠만 데려왔다고 한다.
할머니는 남한에서 4명을, 혼자서 키우신 것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는, 이미 할머니는 70세가 훌쩍 넘으신 상태였다.
나에겐 할머니는 엄마를 대신하는 분이었다.
초등학교 끝나면 늘 집에서 나를 기다리셨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불안하셔서 학교로 마중 오셨다.
집에 오면 할머니와 놀고, 할머니가 해주신 간식을 먹었다.
할머니는 이북에서 초등학교를 나오셨다. 그 시절엔 여성으로선 보기 드문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천자문을 배운 기억도 난다.
할머니가 집안의 살림을 담당하셨다.
우리 집은 매일 2번씩 청소를 했다. 청소기와 걸레질.
그래서 늘 청소를 하셨다.
그리고 할머니가 해주신 반찬들을 먹고.
할머니가 해주신 제육볶음을 참 좋아했었다. 밥 2그릇을 먹을 정도로.
할머니는 보기 드물게 컵라면과 피자를 참 좋아하셨다. 그래서 가끔씩 피자를 시켜드리기도 했다.
할머니는 애주가셨다. 가끔씩 식사를 하시면서 소주를 드셨다.
이게, 내가 갖고 있는 할머니의 추억이다. 내 기억의 대부분은 할머니가 정정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