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대면하는 우리의 태도 06
나는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로 갔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올 수 있었다.
고2때였나. 집에 오는 날이었다.
할머니는 내가 온다고 요리를 하고 계시다가, 갑자기 허리를 삐끗하셔서 넘어지셨다.
그때부터 건강이 악화되셨다. 그때가 89세셨다.
대학병원에 입원하셨다. 수술을 받으시고, 계속 입원하셨다.
하지만 몇개월 간 수술을 받다가, 결국 요양원에 들어가셨다.
제대로 일어나긴 어렵지만, 정신만큼은 정정하셨다.
그래서 대화도 많이 하셨다.
그 시절에 나는 고3이었다. 그래서 기억이 흐릿하다.
난 2013년에 수능을 봤다. 2014년 새해였다.
구정을 맞이해, 아빠와 함께 할머니를 찾아갔다.
그런데 할머니에게 악취가 났다.
그리고 할머니는 성당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평생 불교 신자셨는데.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때 죽음의 향기를 느꼈던 것 같다.
오래살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
그 후, 할머니의 건강은 악화되셨고,
1월 말에는 할머니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아빠에게 들었다.
그때가 저녁이었다. 모든 일정을 정리하고 기다렸다.
밤 9시가 넘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빠와 함께 장례식장으로 간다.
나에게 첫 장례식이었다.
고모들은 펑펑 우셨다.
하지만 90세가 넘은 나이, 그리고 80세가 넘으실때까지 정정하셨기에, 호상에 속하는 편이었다.
장례식장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밤에는 가족들끼리 술을 먹었다.
그래도 호상이니까.
또, 할머니가 병원에 계시는 동안, 요양원에 계시는 동안.
아빠가 참 고생 많이 하셨다.
계속 왔다갔다 하고 병원비도 부담하셨고.
엄마에 이어서, 할머니까지.
계속 병원에 왔다갔다 하는 상황.
그래서, 어쩌면
잘된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이기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다.
아빠도 담담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말도 안했으니까.
그때, 위로 한마디라도 할 걸.
생각해보면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아빠는 할머니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9살에 할아버지를 잃은 아빠에겐,
어쩌면 할머니는 큰 존재였을텐데.
나는 참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