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대면하는 우리의 태도 13
장례식이 끝나고, 친척들은 집 정리를 도와준 뒤에 모두 각자의 집으로 갔다.
내 집은 여기다.
하지만 내 집은 여기가 아닌걸?
집이라면, 아빠가 있어야 하지 않나.
그렇다면 이 곳은 영원히 내 집이 아니다.
집을 둘러본다.
여전히 내 방, 거실, 그리고 아빠 방.
아빠의 서재는 그대론데.
하. 이걸 언제 치우지.
집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무서운 건 공허함.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이제 앞으로 몇 주간, 죽음을 정리해야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게 아빠가 나에게 준 마지막 숙제라고 생각했다.
별 생각이 들었다.
학교는 다닐 수 있는 걸까.
돈은 어떻게 하지.
나한테 얼마가 있는 건지.
등등의.
25년간 돈에 대해 걱정해본 적이 없다.
감사하게도.
25년간 편하게 살았으니까, 앞으로 고생해야겠지.
아빠가 했던 걱정을 이제 내가 물려받는구나.
한편으론 혼자서 자는 게 무서웠다.
차마 근처에 사는 고모에게 말하지 못했다.
그녀도 너무 고생했으니. 좀 쉴 시간이 필요했다.
멀리 있는 친구에게 연락해, 그의 집으로 밤중에 향한다.
애기도 아니고, 이게 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