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대면하는 우리의 태도 14
아빠가 떠난 후 해야 할게 산더미였다.
내가 유일한 직계비속이었으니까.
아빠가 미쳐 갚지 못한 카드비를 갚고.
아빠의 보험금을 청구한다.
아빠의 차를 인수하고, 다시 중고차 딜러를 통해 판다.
우리 집을 내 명의로 바꾼다.
그리고 각종 명의들을 내 이름으로 바꾼다.
이 모든 과정엔 아빠의 사망진단서가 수반된다.
나는 계속 그의 죽음을 확인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사람들은 말했다.
좀 쉬라고.
마음 좀 추스르라고.
나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처리해야 할 게 산더미.
나는 처음엔 학교를 다니며 병행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 마음도 추슬러야 했다.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술을 먹었다.
죽도록, 죽도록.
나에겐 아빠를 슬퍼할 시간이 필요한데,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데,
세상은 그럴 시간조차 허용치 않았다.
돈은 더욱이 그랬다.
아빠도 그랬을까?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그렇게 바빴을까.
사망신고를 하고, 보험금을 청구하고,
핸드폰을 취소하고
그랬던 걸까?
그랬겠지.
아빠 고생 많았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