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대면하는 우리의 태도 15
모든 서류가 정리되자, 안산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안산에 산지 19년.
우리 집 주변은 모든 것이 아빠와의 추억으로 물들어있다.
김밥집, 곱창집, 빵집, 영화관, 대형마트. 산, 천.
그리고 가장 큰 우리 집.
모든 것은 아빠의 추억으로 번지고
스쳐 지나갈 때마다 그 추억들은 나에게 고통으로 온다.
그리고 내 귓가에 속삭인다.
살릴 수 있었어.
네가 조금 더 잘했으면 살릴 수 있었어.
그럼 나는 대답한다.
네 말이 맞아.
근데 어쩌겠어. 이미 끝나버렸어.
그 후엔 고통보다 큰 허무감이 파도처럼 몰려온다.
더 이상,
우리 집에 살 수 없겠다.
그렇게 나는 집을 내놓고, 학교 근처로 옮긴다.
잘 있어 우리 집.
그동안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