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대면하는 우리의 태도 12
마지막 날.
나와의 관계가 그리 친하지 않아 망설이던 친구들이 고맙게도 아침에 온다.
장례식은, 주변 사람들을 보게 해 준다.
운구를 해줄 친구들이 와준다.
그들이 아빠를 들고 간다.
친척들이 뒤쫓아간다.
수원에 있는 화장터로 간다.
아빠의 직장은 수원에 있었다.
낯익은 도로를 따라간다.
마치 아빠의 차를 타고 가 듯.
항상, 꾸벅꾸벅 졸면서 갔었는데.
이제 마지막이네.
화장터에 들어서고. 약 1시간 반이 걸린다고 한다.
아주 멀리, 유리창 너머에 있기에 멀게 느껴진다.
마치 남처럼.
실감 나는 건. 그 이후였다.
거대한 아빠는 소멸되고, 가루가 된다.
그리고 그 그 가루는 작은 항아리에 담긴다.
그 항아리는 내가 든다.
그렇게 거대했던 아빠는
내가 두 손으로 들 수 있게 된다.
지금 내가 아빠를 들고 있어?
아빠는 어디에 간 거지.
그토록 거대했던 아빠는?
그 생각이 가장 많이 드는 건,
화장터를 떠나 다시 묘지로 가는 길.
묘지는 안산에 있다.
나에겐 늘 집에 가는 길.
익숙한 도로를 지나, 익숙한 산을 지나, 익숙한 대형마트를 지나, 우리집을 지난다.
나와 아빠가 함께하는 마지막 드라이브.
수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가고, 모든 것은 소멸된다.
아빠처럼.
그러니까 모든 게 끝이었다.
어떻게 아빠는 사라진 걸까.
덜컹거리는 차 안 속에서, 드문드문 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며칠 전만 해도, 아빠와 밥을 먹고
아빠와 이야기를 했는데,
어째서 내가 들 수 있게 된 걸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
여러 생각이 혼재한 사이 묘지에 도착했다.
아빠를 들고, 아빠의 새로운 집으로 간다.
장례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항아리를 넣는다.
부들부들 떨린다.
이게 마지막.
어째서일까.
잘 모르겠다는 대답뿐.
그렇게 장례식은 끝난다.
그렇게 내 완전했던 세계는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