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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칼두 Oct 25. 2020

아빠5

죽음을 대면하는 우리의 태도 12

마지막 날. 


나와의 관계가 그리 친하지 않아 망설이던 친구들이 고맙게도 아침에 온다.


장례식은, 주변 사람들을 보게 해 준다. 


운구를 해줄 친구들이 와준다. 


그들이 아빠를 들고 간다.


친척들이 뒤쫓아간다.


수원에 있는 화장터로 간다.


아빠의 직장은 수원에 있었다.


낯익은 도로를 따라간다. 


마치 아빠의 차를 타고 가 듯.


항상, 꾸벅꾸벅 졸면서 갔었는데. 


이제 마지막이네.


화장터에 들어서고. 약 1시간 반이 걸린다고 한다.


아주 멀리, 유리창 너머에 있기에 멀게 느껴진다.


마치 남처럼.


실감 나는 건. 그 이후였다.


거대한 아빠는 소멸되고, 가루가 된다.


그리고 그 그 가루는 작은 항아리에 담긴다. 


그 항아리는 내가 든다.


그렇게 거대했던 아빠는


내가 두 손으로 들 수 있게 된다.


지금 내가 아빠를 들고 있어?


아빠는 어디에 간 거지.


그토록 거대했던 아빠는?


그 생각이 가장 많이 드는 건, 


화장터를 떠나 다시 묘지로 가는 길.


묘지는 안산에 있다.


나에겐 늘 집에 가는 길.


익숙한 도로를 지나, 익숙한 산을 지나, 익숙한 대형마트를 지나, 우리집을 지난다.


나와 아빠가 함께하는 마지막 드라이브.


수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가고, 모든 것은 소멸된다.


아빠처럼.


그러니까 모든 게 끝이었다.


어떻게 아빠는 사라진 걸까.


덜컹거리는 차 안 속에서, 드문드문 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며칠 전만 해도, 아빠와 밥을 먹고 


아빠와 이야기를 했는데,


어째서 내가 들 수 있게 된 걸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


여러 생각이 혼재한 사이 묘지에 도착했다.


아빠를 들고, 아빠의 새로운 집으로 간다.


장례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항아리를 넣는다.


부들부들 떨린다. 


이게 마지막. 


어째서일까.


잘 모르겠다는 대답뿐.


그렇게 장례식은 끝난다.


그렇게 내 완전했던 세계는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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