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대면하는 우리의 태도 11
장례식 2일차.
여러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잠깐 인연이었던,
자주 봤었던.
여러 사람들.
어찌 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제 이들에게 보답하며 사는 게, 사는 유일한 이유라고.
부검을 마친 아빠의 시신이 왔다.
입관식을 한다.
부검을 마쳤기에, 옷을 입고 있다.
만지지는 않았지만, 차가운 몸.
편안한 얼굴.
우는 가족들.
이제 관에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인사해주세요.
지도사의 말 한마디.
이제 간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는가.
하지만 후회할까 봐, 한마디 한다.
어찌 보면 그곳에 머문 사람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길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제 방식대로 잘 살게요.
어찌 보면 마지막까지 고집이었다.
아빠가 바란 삶과, 내가 바란 삶은 달랐다.
그는 당신과 달리 내가 안정적이고 편안하고 고귀하게 살길 바랐고.
나는 불완전한 촛불이 되고자 했다.
흔들리지만, 고정되지 않는 촛불.
아빠가 존재할 땐, 부합하려고 했다.
최소한 그런 시늉.
마음속에서 그런 게 있었던 거 같다.
아빠가 살아있을 동안만, 버티자.
그런 마음이 아빠를 죽인 걸까.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
진짜 아빠는 죽었으니까.
더 이상 나는 안정적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
선택의 몫이 아닌지 모른다.
아빠가 없는 순간, 안정적이라는 말은 나와 가장 먼 거리에 놓이게 된지도 모른다.
입관식 후, 다시 손님들이 몰려왔다.
다행이었다. 사람들이 왔다는 것은.
아니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고독한 공간을.
그렇게 밤이 되었다.
이 밤이 지나면, 우리의 시간.
그러니까 아빠와 내가 함께하는 마지막 밤은 끝난다.
향을 계속 피어야 했다. 꺼지기 전에.
이 밤이 지나면, 내 삶은 어떻게 될까.
집안은 어떻게 치우고, 나는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
알바는 해야 하겠지. 돈이 얼마나 있으려나.
그런 것들이 떠올랐다.
비참했던 거 같다.
아빠를 그리워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벌써 그런 것들을 걱정하는 나 자신이.
그렇게 밤이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