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칼두 Oct 21. 2020

아빠3

죽음을 대면하는 우리의 태도 10

장례식을 조심스럽게 떠올린다.


주변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을 준 몇 사람을 제외하곤 누가 올지 몰랐다.


그런걸로 문자를 보내다니. 조심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장례식 문자를 보낼때, 1년 안에 연락했던 사람들만 보냈다.


몇년 동안 연락 안하고, 거기서 보는 것도 웃기니까.


그렇게 손님들이 조금씩 왔던 거 같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이 오면 잠시 이야기를 하다보면, 또다른 손님이 오고.


모든 것은 내 몫이었다.


나는 상주였고, 이것은 아빠의 장례식이었다.


이건 아빠를 위한 마지막 잔치였다.


아무일 없이 마무리하는게 내 역할이었다.


아빠의 시신은 그사이 부검을 받았다.


평소 지병도 없었기에, 의무적으로 부검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경찰서를 다녀온 고모가 부검 결과를 받아왔다.


허혈성..어쩌구 였다.


찾아보니, 심근경색 계열이었다.


너무도 순식간에 왔다 가버렸다.


갑작스럽지만, 우선 이 장례식을 마무리해야했다.


중학교 친구들, 고등학교 친구들, 대학교 친구들이 와줬다.


그들은 정신없이 술을 먹고, 떠들석하다.


나름대로 그들이 나를 위로하는 방식.


일부는 나에게 술을 권한다. 


나는 원래 술을 자주 먹었다. 하지만 아빠는 몰랐다.


아빠는 술을 싫어했다. 할아버지가 술을 먹고, 그 다음날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래서 이번 장례식에는 술은 아예 안먹었다. 


내가 할 수 있는건, 그저 왔다 갔다 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뿐.


그렇게, 1일차가 흘렀다.

이전 09화 아빠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