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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칼두 Oct 20. 2020

아빠2

죽음을 대면하는 우리의 태도 09

일어났더니 나 역시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었다.


건너편 침대가 아빠가 누워있던 그곳. 


휴대폰을 보니 고모에게 문자가 와있었다.


내가 없어서 장례식을 시작 못하고 있으니 오라는 것. 


그렇다. 내가 유일한 법적 직계라, 내가 필요했다.


정신을 차리고 우선 전화를 걸었다.


친한 친구들한테.


놀라지 말라고. 이따가 다시 문자 보내긴 할 건데, 오늘 아빠가 돌아가셨으니까 이따가 부고 문자가 갈꺼라고.


엄마가 죽은 이후 연락이 끊어진 이모에게도 연락했다.


그리고 병원 근처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간다.


그곳에는 고모를 비롯한 친척 몇 분이 이미 와계셨다.


집에 가서 영정사진과 3일간 장례식장에서 머물 세면도구가 필요했다.


또, 아빠 휴대폰으로 지인들에게 장례식을 알려야 했다.


우선 집에 갔다. 


집은 흔적 그대로였다.


아빠가 누운 이불이 그대로 있었고, 그 이불은 아빠가 누운 모양대로 흐트러져 있었다.


방금전까지 아빠가 있었던 것처럼.


내가 갖고 있는 아빠 사진들은 전부 저용량이었다.


아빠가 자주 갔던 사진관으로 갔다.


-아저씨. 죄송한데요. 아빠 영정사진을 받고 싶어서요.


사진관 주인은 사진을 찾아준다.


아빠의 이름을 들었을땐 모르다가,


사진을 보고선 깜짝 놀란다.


-이분이 돌아가셨다고? 정정하셨는데?


-그러게요.


사진 파일을 받아서 다시 장례식장으로 간다.


아빠의 휴대폰.


이제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아빠가 누구랑 친한지 모른다. 


아빠는 집에 혼자 있는 편이었다.


술도 안하고, 취미도 없고.


주로 공부를 하시는 분이었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시고, 영화를 보시고, 스포츠를 보시고.


그래서 그냥 다 문자를 보냈던거 같다.


누가 누군지 몰라서.


나는 검은옷을 입고, 나 역시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낸다.


부고, 발인, 상주.


내가 상주가 되는구나. 이젠 이게 마지막 상주였으면.


그렇게 장례식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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