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금수저를 선물하는 세상이라니 더욱 씁쓸합니다.
필자는 오늘 아침 출근 도중에 친한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통화가 끝나고 필자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출근해서 달력을 확인해 보니 어느새 아이가 태어난 지 250여 일이 지나 있었다.
아기 백일 상을 차려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곱절 이상이 지났다.
이 야속한 세상과 세월 속에 아이가 잘 자라준 것은 위안이라면 위안이지만 이러다가 돌상마저도 셀프로 차리게 되겠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울화가 벌써 치밀어 올랐다.
스스로 아기 기념일을 차려야 하는 이 시대 슬픈 부모들의 현실.
축하받아야 할 주인공을 제외한 축하받아야 할 부모에게 기념일은 고역이었다.
아기가 백일 되던 날이 가까워지면 질수록 아기 부모로서 여러모로 초조해졌다.
검색하면 나오는 번듯한 백일 상들은 이 코로나 시대를 조롱하듯 반짝였고 그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꼭 성의 있고 성대하게 아기의 첫 기념일을 챙겨 주고 싶었다.
멋진 백일 상을 선물해 주기 위해 대여 업체들을 검색해서 여러 곳을 기웃거렸다.
비싸더라도 검색에서 본 백일 상들, 그 이상을 해 주고 싶은 욕심이 점차 생겨났다.
여러 업체를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작심해서 견적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손님으로 모셔야 할 가족 친지들께 사진으로 남아 공유가 되어 고이고이 간직될 백일 상이 었기에 그 부담감이 더 컸다.
삼신 상을 차려야 한다는 아이 조부모님의 충고를 필두로 셀프 백일 상에 추가로 조언들도 빗발쳤다.
실타래를 놓아야 한다는 둥 떡을 돌려야 한다는 둥,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픈 백일을 앞둔 어느 날, 아내의 한마디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대여 업체들을 비교하며 뒤적이던 분주한 손놀림이 그제야 비로소 멈추었다.
아이의 장수를 기원한다는 백설기와 팥의 붉은 기운이 액을 막아 아이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인 백설기 등의 떡들은 미리 주문해 놓은 터라 그 외의 백일 상차림들은 아내와 필자가 좋아하는 과일과 음식 위주로 차렸다.
그중 과일은 제일 실하고 고품질인 상품만 추렸는데 아빠가 좋아하는 딸기와 엄마가 평소 즐겨 먹던 한라봉이 간택되었다.
아빠·엄마가 주로 간식으로 즐기던 피자 빵과 호두 파이도 올렸다.
케이크와 아기가 차차 먹게 될 전통 과자들도 함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병원에 갈 때 이외에는 항상 편한 내복을 입다가 불편한 외출복에 그것도 백일 아기에게 처음 입는 정장과 넥타이까지 장착(?)시키니 아기는 불편했는지 한참을 울었다.
아기의 기분과 컨디션이 중요한 촬영인데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그 이후에도 우리 부부는 중간중간에도 우는 아기를 달래고 또 달래었다.
아기가 울음을 그칠 무렵에만 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웃는 모습을 바라는 건 사치였고 그 모습을 기다리는 건 도박과 같았다.
그렇게 셀프 백일 상을 준비한 지 하루 꼬박, 저녁이 되어서야 찬란했든 아기의 백일과 고단했든 부부의 첫 셀프 기념일이 막을 내렸다.
아, 끝이 아니었다.
가족들에게 친지들에게 정신없이 찍어댄 수백 장의 사진 중 잘 나온 사진을 선별해서 보내는 일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 음식을 나누고 상을 치워야 하는 버라이어티 한 이벤트들도 예정되어 있었다.
아내와 필자는 아기가 잠들 때를 기다려 사진을 전송하고 음식을 포장하고 나누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상과 음식들을 다 치우며 주변 정리를 하니 밤이 늦었고 우리 부부도 그제야 지친 몸으로 잠이 들 수 있었다.
하지만 매도 맞아본 놈이 잘 맞는다고 한번 맞아본 매라 다시 맞으면 덜 아프게 맞을 자신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셀프 기념일에 금수저까지….
코로나가 불러온 육아의 슬픈 자화상 속에서도 시간은 흐르고 아기는 자란다
코로나 시대 그런데도 진심으로 아기를 기르며 아기의 양육에 동반되는 기념일의 공포(?)를 느끼고 계실 모든 이 시대의 부모님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