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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onechoi Jan 07. 2022

아기와의 첫 결혼식 참석, 진짜 대 환장 파티가 열렸다

고민하다 결국에는 참석한 사촌 동생의 결혼식... 아기를 처음 본 친척

<오 마이 뉴스> 코로나 베이비 시대 양육 고군 분투기라는 연재에 미처 실지 못했던 글들을 하나씩 풀어놓습니다. 기사는 시의성이 중요하고 연재다 보니 이어지는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차마 연재에 못다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연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지금부터 공개해 보려 합니다. 








12월 12일, 사촌 동생의 결혼식이 있었다. 사촌 동생은 이미 2주 전에 모바일 청첩장으로 결혼 소식을 알려 왔었다. 모바일 청첩장들을 받게 되면 바로 축하한다, 축하드린다는 인사를 먼저 건네며 참석의 여부를 평소에 미리 알려 주는 편이다. 참석하기가 어렵다면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네고 양해를 구하는데 코로나가 유행하고 아기를 기르게 되면 서는 이럴 때가 더 많았다.


아기가 있어 미안하다, 참석이 힘들겠다, 이해를 바란다며 이렇게 양해를 구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는 바로 송금 봉투를 보내는 것이 요즘 우리 부부가 결혼식들을 대하는 흔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결혼식은 그 결이 달랐다. 이 예비부부와의 인연이 각별해서 나와 아내가 이 결혼식에 충고 들이나 조언들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결혼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촌 동생은 우리 부부를 잘 따랐다. 지금은 사촌의 여자 친구 신분인 예비 신부도 마찬가지였다. 아기의 엄마를 친언니처럼 여기며 잘 따랐다. 그만큼 우애가 좋았던 사이였다. 지난 나와 친동생의 결혼식에도 사촌 동생이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 주었던 건 당연하고 코로나 이전에는 함께 집안의 경조사에 참석하거나 같이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을 정도였다. 평소 우리 아기의 기념일까지 살뜰히 챙기던 사촌 동생 커플이자 예비부부였다. 그만큼 특별한 사이라서 더더욱 참석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아내와 불과 지난주까지도 결혼식의 동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나만 참석하고 올까 아님 같이 참석을 할까를 고민하는 일만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아내도 나도 가기는 가야 할 텐데라고 똑같이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다. 거리 두기가 다시 시작되어 친족만이 참석 가능한 결혼식이 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하게 꼬여버렸다.



                                     

▲ 데스크 신랑 신부 측의 데스크가 보인다. ⓒ 최원석







친족만 참석 가능한 결혼식이라는 이야기를 바꿔 말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친족들만 오는 결혼식이 된다. 만약에 결혼식 장에 아기를 데려간다면 아기가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아기를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친척들과의 첫 만남을 하는 자리가 되는 것이다. 



사촌 동생이 코로나로 인해 결혼을 미뤄왔었던 시간들을 안다. 이렇게 어렵게 열리게 된 이 결혼식에 대해서 누구보다 진정성 있고 진심이며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 결혼식을 열리게 하기 위해 고민하며 내게 상담을 하고 고충을 토로하며 조언을 구한 과정과 시간들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기에 가족 모두가 꼭 참석을 해야 하는 결혼식이었다. 아내와 상의해서 아기도 함께 참석을 하기로 어렵게 최종 결정을 했다. 아기의 친지들과도 처음 만날 수 있는 자리니 아기도 만반의 준비를 해서 데려가기로 했다. 



당일이 밝았다. 아기는 코로나 모자를 입었다. 아내는 모처럼 화장을 했고 나도 근 2년 만에 겨울 정장을 꺼내서 입었다. 아내와 잘 다녀오자고 말을 하며 나오는 길부터 긴장이 몰려왔다. 아기가 쓰기 시작한 일명 후드형 비말 차단 마스크를 씌우는 데 아기가 쓰기 싫다고 떼쓰며 나가는 길부터 울어버려 우는 아기를 안고 집을 나서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기는 결혼식 장에 가면 계속 이 옷을 입고 있어야 했다. 벌써부터 이렇게 해 버리면 결혼식 장에 가서는 어떡해야 하지? 이 점이 제일 부부를 긴장되게 하는 일이었다. 실내에서 얼마나 아기가 이 옷을 입고 견디고 버텨 주는지가 이제는 제일 중요한 문제였다. 식사 시간 이 외에는 아기가 이 옷을 벗는 것은 더 이상 허락되지 않았다. 여기 부산에서도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12월 12일, 결혼식 당일 11시 기준, 328명)



식장에 도착해 혼주와 예비부부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예비 신랑과 드레스를 입은 예비 신부는 이 시국임에도 아기를 데리고 와 줘서 감사하다며 연거푸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오늘은 예비부부가 아기를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 아기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만나다가 오늘 처음 직접 서로를 만난 것이었다. 예비부부를 만날 때부터 그 이후로도 아기는 하루 종일 멀뚱한 표정이었다. 입는 마스크를 계속 실내에서도 쓰고 있어야 했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방역 물품을 착용한 적이 없어서 인지, 이런 곳에 처음 와서 낯설어서 인지는 모르지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위의 사람들과 물건들을 살펴보는 모습이었다.



아기와 함께 결혼식을 먼발치에서 보며 만감이 교차함을 느꼈다. 문득 지금 저 부부의 마음이 어떨까를 생각하니 많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식이 끝날 때쯤 아기와 함께 먼저 식당에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식사에 필요한 아기의 물품을 준비해 주기 위해서 미리 식당을 찾은 것이었다. 문제는 이 식당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자리를 잡고 아기 의자에 아기를 앉히려고 할 때, 아기는 울기 시작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도 전인데 아기는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자신이 쓰던 아기 의자가 아니라서 불편했는지, 사람들이 많은 것이 불편했는지, 장소가 낯선 것이 불편했는지,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불편했는지, 아기의 마음을 알 길은 없지만 아기는 식당에 오자마자 자지러지며 크게 울어버렸다.



결국 그 많은 음식이 있는 뷔페에 가서 아기 엄마와 내가 먹은 것은 번갈아가며 먹은 물 한잔, 딱 그뿐이었다. 친척들과 아기의 만남을 고대하던 부부의 의도는 그렇게 또다시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 아기를 안고서 아내와 결국 예식장을 나와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기와 한 번은 치러야 하는 이 시국의 첫 결혼식 참석은 이렇게 엉망진창인 모습으로 허망하고 허무하게 끝이 나게 되었다. 







▲ 아기 아기가 엄마에게 안겨 있는 모습 표정이 지금의 얼떨떨함을 말해 주는 듯하다. 아기와 아기 엄마 너머로 화환이 보인다. ⓒ 최원석





저녁 즈음, 동생 부부의 전화가 왔다. 부부는 코로나로 신혼여행을 미뤘다고 했다. 여행 갈 돈을 주식 계좌에 묻어 놓고 시국이 좀 더 잠잠해지면 외국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고 했다.




"형님. 고맙습니다. 아기까지 데려오신다고 더 고생이 많으셨어요. 이리저리 조언해 주시는 바람에 솔직히 결혼식을 편하게 준비한 것 같아요. 형님 아니었으면 또 미뤘을 것 같아요. 오늘 오셔서 식사도 못 하시고 가셨다면서요? 어떡해요. 죄송해서... 형님이 제일 식사를 맛있게 하셔야 하는 분이신데요."

"아니다. 괜찮다. 문제없이 아기랑 다녀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아마 그 자리서 아기 달래며 밥 먹었으면 아기 엄마 가뜩이도 잘 얹히는데 얹혔을 거야. 나도 밥을 코로 먹는지 눈으로 먹는지 몰랐을 것 같고 암튼. 아기가 마지막에 울어 버려서 진짜 난리라 집에 올 수밖에 없었어. 잘 살아야 돼. 니 결혼 늦추게 한 코로나 조심하고 잘 이겨가면서 알콩달콩 잘 살아."

 "'네. 형님. 감사합니다. 늦어진 만큼 열심히 살겠습니다. 식 끝나고 다 모였었는데 형님과 아기를 못 봐서 다들 아쉬워하셨어요. 아기가 여기에 왔다 갔다고 하니까 못 본 사람들은 아기 이번에는 꼭 직접 보고 싶었다며 다들 아쉬워했어요. 수진이만 아기를 가까이에서 봤나 봐요. '와 저 아기 폰으로 영상만 보다가 실제로 처음 봐. 신기해.'라고 수진이가 말하더라고요.'"  







▲ 화환 결혼식의 화환들의 모습. ⓒ 최원석






사촌의 전화를 끊고 현타가 왔다. 아기를 폰으로만 보다가 직접 봐서 신기하다는 친척의 따님 말을 전해 듣고 말이다. 이 시국에서 육아를 하며 아기와 함께 만나는 요즈음 결혼식의 풍경이 이렇다. 친척 아이의 말이 가슴이 아픈 이유다. 이 시국의 육아, 아이의 말처럼 딱 이런 현실인 것이다. 



오늘도 코로나와 싸우며 결혼식 장을 찾으실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식장의 뷔페에서 눈으로만 즐겼던, 아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디저트의 화려한 색깔을 담은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먹지 못했던, 뷔페의 다양한 음식들의 뜨거움을 닮은 감사와 존경도 함께 보낸다.



결혼한 사촌 동생이 고민을 털어놓을 때 했던 말이 있다. 그 말을 존경하는 독자님들께 바치며 글을 마친다.





"형님. 결혼식 그냥 하지 말까요? 친척 오는 거 어차피 숫자가 뻔한데 식대는 최소 정해진 비용이 있으니 다 내래요. 미치겠어요.

아니... 이게 자꾸 미루기만 하면서 스트레스받고 이럴 바에는 그냥 식을 올리지 말고 혼인 신고만 할까 하는 고민만 여자 친구랑 몇 번째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냥 깔끔하게 하지 말까요? 살다가 적당할 때 할까요? 진짜 고민돼요. 

형님. 이렇게 어려운데 결혼식 그냥 하지 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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