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시작한 무용은 이제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이런저런 잡념 없이 몰입하는 시간이 주는 편안함, 온몸을 움직이며 땀 흘리는 쾌감, 음악에 맞춰 감정을 표한할 때의 황홀감. 이런 다양한 감정은 무미건조한 날들에 알록달록한 색깔로 채색된다.
무용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배우면서 다시 학생의 위치로 돌아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미숙한 학생이 되어 실수도 하고, 물어보고, 또 연습을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어른이 된 후 좀처럼 경험하지 못하는 순간들이었다. 그래, 예전에는 모든 게 어렵고 배울 것 투성이었는데 한동안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건 아니었을까. 낯선 분야에서 한 단계씩 목표를 잡아서 건너가 보는 불편함이 성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시도하면서 난 또 무엇을 배우게 될까, 하는 설렘도. 어느 나이 때라도 초심자가 되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면 인생은 더욱 재밌어질 수도 있다는 희망도 있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고들 얘기한다. 어쩌면 연습실에서 땀을 흘리는 일은 마음의 찌꺼기를 덜어내는 일과도 같았다. 겉으론 아무 일 없어 보이지만 내면으로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머리를 쉬게 하려면 몸을 움직이면 된다는 걸 연습실에서 나는 알았다. 일을 하는 동안 나도 모르는 쌓이는 압박감, 그리고 미처 해소되지 않은 스트레스 덩어리를 음악소리, 땀과 함께 툭툭 털어내는 과정이었다.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매일 쌓이는 먼지처럼,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피곤한 일들이 생긴다.
당장은 자잘해 보여도 방치해 두면 켜켜이 쌓여 무게가 더해지게 된다. 아직 문제가 크지 않을 때, 매일 방의 먼지를 털어내듯 나를 쉬게 해 줄, 소소하게 나를 살필 수 있는 일이 각자의 삶에 필요하다. 쇼핑이나 음식으로 즉각적인 보상을 줄 수도 있지만 그런 건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살아가는 동안 오래 함께할 수 있고, 정신적이나 신체적으로 나를 더 가볍게 하는 취미로 무용을 만난 건 럭키한 사건이었다.
"춤출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해요. 내 몸이 건강하니까 이렇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거잖아요."
수업시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슴에 꼭, 박힌 문장이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이렇게 자유로이 손과 발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새삼 일깨워주는 말이었다. 사는 동안 잊지 말아야 할 감사함이다.
어떤 춤이든 계속 스텝이 바뀐다. 무게중심이 바뀐다는 건데, 코어가 튼튼하지 않으면 휘청거리고 손발을 컨트롤할 수 없다. 그래서 내게 무용을 잘한다는 건 코어가 강하다는 뜻이다. 느리거나 빠르거나 상황은 언제나 바뀌고 새로운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굴곡을 마주할지 모르겠지만 중심은 꽉 붙들 수 있는 평온함을 가질 수 있기를, 춤을 추면서 기원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인생이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현재의 건강과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은 놓치지 않고 희망을 바라보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춤추는 시간이 좋은 건 나를 돌보는 느낌이 들어서다. 음악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끼고, 그래서 삶의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한다. 그 안에서 나도 같이 빛나고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