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정 Oct 03. 2021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전문적인 작가란 대부분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은 아마추어들이다.
-Richard Bach 리처드 바크(갈매기의 꿈 작가)


책상에 앉는 일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바른 자세로 앉으려면 허리를 펴야 하고, 집중한 눈으로 앞을 응시해야 합니다. 어렵지는 않지만 수고롭습니다. 읽고 쓰는 일에는 이런 사소한 불편함이 있습니다. 사실 소파에 기대어 영상을 보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모바일로 유튜브를 켜면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가 버립니다. 이렇게 금방 시간이 흐르는 이유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읽는 동안에는 집중력도 필요합니다. 눈으로는 문장을 읽고, 머리로는 자신만의 해석이 덧붙여집니다.  책 내용과 연관된 이전의 기억들, 상상과 예측, 새로운 아이디어, 감정의 증폭 등 여러 반응이 일어납니다. 이런 다채로운 생각의 변주가 독서의 즐거움입니다. 단순하게 눈앞의 것을 보는 것(see) 이상으로 여러 생각을 일으키며 보는(watch) 몰입의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독서는 질문이고, 글쓰기는 답하기라고 생각합니다. 

독서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살피는 일입니다. 책을 읽고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해보게 됩니다. '그래서 나는 작가의 말에 동의하는가?' '나의 삶에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을까?' 반면 글쓰기는 내가 쓰는 답안지입니다. 세상을 해석하고 행동하는 방식입니다. '나는 지금 이런 마음으로 살고 있다.'


'질문하기와 답하기', 이 두 가지를 단련하기 위해 시간을 내어 책과 노트를 꺼내 듭니다. 

때때로 삶은 끊임없는 물음표의 연속처럼 보입니다. 정답이 없는 삶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연습을 글쓰기로 해 봅니다. 머릿속에는 꽉 들어찼는데 막상 글로 내뱉으려니 잘 써지지도 않고 내용도 참 빈약합니다. 그래서 실망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더 써보고 싶기도 합니다. 일단 시작한 글을 어쨌거나 결론을 짓고 마침표를 찍습니다. 부족하더라고 이렇게 점을 찍다 보면 한 100번쯤에는 더 나아지겠지? 하면서 일단은 열심히 써보려 합니다. 많이 질문하고 대답해 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결실이 지혜(wisdom)가 될 거라 믿습니다.


책상에 앉아 무엇을 쓰고 싶은지 묻습니다. 자신에게 묻고 답하며 건저 낸 문장을 쓰기 시작합니다. 나름 서론과 본론, 결론을 갖추어 써보려 연습합니다. 평소 긴 호흡으로 쓸 일이 없다 보니, 구조화해서 쓰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사실 중고등학교나 대학에서나 꾸준하게 글쓰기 연습을 해 본 기간도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쓰기가 어려운 것도 당연하겠지요. 



" 정말 쓰기만 하면 사람들이 한숨을 쉬는 거예요. 너무 재미가 없다고.

꾸역꾸역 쓰긴 썼는데 1년 반 동안 칭찬은커녕. 칭찬을 떠나서 작가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했어요."


" 계속 앉아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렇게 밤을 완전히 새워야 해요.  밤을 지새우고 아침 해가 떠서야 생각이 나더라고요."


예능에 나온 김은희 작가님의 인터뷰를 보며, 포기하지 않는 힘에 대해 생각합니다. 

블로그나 브런치나 저장해 둔 글이 많습니다. 제목 혹은 요약만 쓰거나, 결론을 맺지 못한 미완의 포스팅이 열댓 개는 되는 것 같습니다. 프로의 글쓰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쉽게 안 써진다고 실망하던 자신을 반성하면서 노트북을 열고 쓰다만 목록을 훑습니다. 목표는 하나의 원고 끝내기. 항상 결론 맺기가 고민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니 이렇게 또 한편을 마무리합니다. 


포스팅을 하며 머리를 쥐어뜯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발행한 글이 하나, 둘 쌓인 목록을 보면 뿌듯합니다.  포기하지 않는 것, 쓰기뿐만이 아니라 모든 성공의 열쇠가 아닌가 합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