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May your choices reflect your hopes, not your fears.
- 넬슨 만델라
'내 맘대로 안 되는 삶'이라서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삼십 년이 넘게 살았지만 해마다 인생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을 절감합니다. 어렸을 때는 목표를 움켜쥐고 될 때까지 시도해보고, 헤어진 인연을 못 잊어 끙끙거리기도 했습니다. 계획했던 일을 놓치기고 하고, 예상치 못한 행운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런 게 어른들이 말하는 '때가 있다'거나 '인연이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삶이란 이론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 것들 투성이고, 시간이 갈수록 명확해지기는 커녕 더욱 복잡해지곤 합니다. 그래서 한 글자씩 눌러쓰는 글쓰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글쓰기는 숨통이 트이게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온전히 할 수 있으니까요. 중간에 끼어들거나 질문하는 사람 없이 끝까지 문장을 지어나갈 수 있습니다. 어른이 될수록 자유롭고 마음 편하게 생각과 감정을 말하는 일은 더욱 힘듭니다. 내가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할 일들 속에 쉽게 파묻히고 말아 버립니다. 하루 종일 보는 컴퓨터 모니터 외에도 휴대폰, 대중교통의 넘쳐나는 광고 영상과 음향 등 눈과 귀로 끊임없이 정보들이 쏟아지집니다. 집에 들어와 피곤하다고 티브이라도 켜 놓으면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허전합니다. 그럴 때 간단한 일기를 쓰거나 블로그,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날이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어릴 때 블록을 쌓고, 그림을 그리고, 내키는 대로 흥얼거리는 노래처럼 분명 기분 좋은 성취감이 있습니다.
사회인 페르소나를 벗고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려면 약간의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긴장을 풀고 내가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들을 시도해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산책을 하고, 요가나 명상을 하고, 온몸이 흠뻑 젖도록 운동을 하고, 오랜 친구를 만나 편안한 대화를 하는 일들입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책 읽고 글 쓰는 일에 시간을 더 보내게 됩니다.
브런치에 글 하나 발행하기는 어렵지만 일기는 가볍게라도 매일 쓰려고 노력합니다.
지나간 일기장을 들춰 보면서 한 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누구가 시킨 것도 아닌데, 결론이 대부분 마음을 다잡는 내용으로 종결됩니다. 불만을 마구 털어놓다가도 '그럼에도 실망하지 말자'라고 다짐하거나, '잘 이겨낼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로 마무리합니다. 왠지 그대로 마무리하기엔 찝찝하고, 어쨌거나 불편만 하기보다 스스로 힘을 내기 위함입니다.
선택의 동력은 크게 두 가지, 두려움 그리고 희망입니다.
주로 눈앞에 닥친 일은 두려움이 동력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희망이란 내가 애써 상상하고, 떠올리고, 느끼지 않으면 쉽게 잡히지 않습니다. 내게 와 주었으면 하는 기분 좋은 상상도 연습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떤 날에는 일기에는 미래의 목표만 쓰기도 합니다. 앞으로 꾸려나갈 모습,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의 형태, 건강한 삶을 위해 지켜야 할 습관, 영감을 주는 문장들... 글로 쓰면서 내 눈과 마음에 담아놓습니다. 예전에 '브런치 작가 되기'라고 쓴 것처럼 사소한 소망들도 적어봅니다. 말과 글에는 힘이 있다는 말을 되새기며, 일기장에 크고 작은 희망사항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