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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tain Life Jan 08. 2017

작가의 아뜰리에

From Time to Time






 여기엔 작가 2인과 그들의 어시스턴트 2묘가 살고 있다. 김&장. 그리고 미&꼬.




김은 가장으로서 경제활동을 하는 유일한 버팀목인 동시 왕의 권위를 가진 최고 결정자이다.





장은 내실을 관장하고 있으며 김의 숨은 조력자이기도 하다. 




 여기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생명체는 단연코 미(셸). 방광염이 도져 지척 거리의 동물병원에 두어 번 오고 간 것 외에는 늘 이곳에 계신다. 미는 김의 조수이자 장의 뮤즈.



 혜성같이 등장한 꼬(망)로 인해 살며시 권태에 젖어있던 집 분위기가 바뀌었다. (본인은 알지 못하겠지만) 형용할 수 없는 귀여움 또는 아름다움으로...








 해가 밝아오면 미가 가장 먼저 몸을 풀고 일어난다. 창가 옆 사다리에 오른뒤 그 갸냘픈 음성으로 울부짖는데, 어서 문을 열라는 신호다.





밤새 소복이 쌓인 하얀 눈이 미의 신경을 자극했나? 덕분에 장도 옥상에 올라 눈 구경 살짝.





 미가 햇볕과 랑데부하는 순간이면 장은 미를 뮤즈로 삼은, 영원히 습작으로 남을 것만 같은 소설 속 미장센을 그려본다. 한겨울 추위에 영감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더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미의 궁둥이를 발등으로 떠민다.


   



 아점은 간절한 커피 생각에 함께 곁들일 수 있는 빵조각 따위다. 샌드위치가 오르는 날이면 김은 장의 별 것도 아닌 샌드위치 쌓는 기술을 극찬한다. 역시나 김은 그 칭찬 하나로 대접받을 줄 아는 왕좌의 권위를 지닌 듯하다. 유난히 카페인이 고프던 장의 주문에 김이 내린 '양쯔 강 대홍수'라 명명한 커피. 금방이라도 넘쳐버릴 것 같은 표면, 손잡이가 무색하게 탁자에 놓인 커피잔에 입술을 갖다 대고 커피를 흡입한 코믹스러운 상황은 어둠 속의 B컷으로 소장 중.




 식사를 마치고 양분이 몸속으로 팽팽 돌면, 겨울 햇살이 유리창을 뚫고 부서지기 시작한다. 내리쬐는 볕이 모든 사물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던 오후 한 때. 장은 이 순간이 괜히 불안하다. 미세먼지 탓에 쨍한 햇살을 구경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어쩌다 말간 태양이 떠오른다 해도 낮은 고도를 그리며 금방 비켜가기 때문이다.


 이 아름다운 시간. 어느덧 눈앞에 아른거리는 영감의 천사들.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조롱하듯 빠져나가 버리는 장난꾸러기. 어느새 내가 관망하고 있는 것은 천사도, 장난꾸러기도 아닌 그저 모양을 바꾸어 가며 빛을 쪼개던 그림자 형상 뿐.




 꼬와 같이 태양빛 속에 푹 젖어 그 순간을 퍽 즐기지 못한 장은 수양이 덜 되었다고 느낀다. 장은 이 아름다운 시간을 불안감에 휩싸여 그저 흘러 보내고 말았지만, 그 분위기 속에서 장이 바라본 풍경은 김의 시선으로 포획되었다.





Our Own Room.



Live Forever.



Memento Mori.


  

Dedicated to W. Eugene Smith, 'Pen-F'




# 작가의 아뜰리에



한해 전, 집을 고치고 난 후엔 작업실이 이런 모습을 하고서 김의 소울풀한 작업이 한쪽 벽면에 켜켜이 쌓이길 바랐다.



이제야 맞는 옷을 입은 듯, 서로를 마주 본 김&장의 작업대.



(슬며시 작업 의지를 보이며) 소형 프린트기 장만한 기념으로 신나게 뽑은 테스트 사진.    



 장은 낮이든 밤이든 책상에 앉을 겨를이 없다. 시나브로 장의 자리를 점령해버린 고양이 어시스턴트 때문. 이럴 땐, 노트북을 떼어내 자리를 옮아가는 수밖에.




늦은 오후, 작업실을 어루만지는 빛. 오늘 밤엔 천사가 문을 두드리려나.


I know that angles come from time to time

Ride - From Time to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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