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 네 번째 설계 1편
2022-2023 네 번째 설계 1편
金金의 본거지
생각해 보면 나는 ‘기다림’이라는 단어 자체가 고역인 인간이었다. 비행기나 버스의 출발시간을 기다리며 대합실에 앉아있는 그 잠깐의 시간이 좀이 쑤셔, 그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출발 5분 전, 10분 전이 되어서야 터미널에 가곤 했다. 또 누군가를 만날 약속이 생기면 준비와 이동하는 시간을 분 단위로 계산해 최대한 누워있다가 그에 맞춰 움직이곤 한다. 미리 준비를 끝난 뒤 느긋하게 앉아 나갈 시간을 기다린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준비가 끝나면 땅! 하고 바로 문밖으로 나가야 하는 인간이다.
이렇게 나는 무언가 하기 전,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그 잠깐의 ‘기다림’을 아주아주 힘들어하는데 특히 사람을 기다리는 일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내가 자영업을 택하며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해 버렸는데, 자영업 자체가 작은 공간에 나를 가두고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오픈 초기, 처음 겪어보는 막연한 기다림이 계속되는 날들이 괴로움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장복호가 명확한 ‘음식점’이라는 사실 또한 괴로움을 더하게 되는 이유가 되었는데
장복호라는 ‘음식점’에는 존재할 이유가 없기에 설계를 하면서 배제했던 것들이 ‘기다림’을 마주하자 하나, 둘 필요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책들을 두는 것, 어떤 음악은 틀 수 있지만 어떤 음악은 틀 수 없는, 작업을 할 수 있는 나만의 큰 책상, 아름다운 기물들을 놓을 수 있는 부분.
그렇게 내 머리와 마음속에 원하는 것들이 생겨났고, 현재의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점점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내가 장복호를 설계했던 이유를 충족시켰다.
‘내가 잊고 있던 유년 시절이, 지금의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의 밑바탕이 아닐까? 나를 이루는 ‘이것’들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나 스스로 잊었던 것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어줄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하나의 축이 되어줄 나의 본질. 그것을 정리해 보기 위한 실험이자,
숨 고르기이며 첫 시작점이 되어줄 이야기.‘
이제 ’ 장복호‘라는 이야기를 마치고 내가 새로이 시작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적확하게 알 수 있었다.
자영업을 작은 공간에 나를 가두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라 했지만,
나를 가둔 그 작은 공간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공간이라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게 아닌,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나의 공간에서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이것저것 하며 보내는 어떤 하루 중, 찾아오는 사람을 반가이 맞이하는 것이라면.
그게 그거 아니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문장에는 무려 ‘기다림’ 이 없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