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의 이야기

2020-2021 세 번째 설계 3편

by kimkeum

2020-2021 세 번째 설계 3편

오래된 ‘집’의 이야기



+ 나무 이야기


두 채의 건물, 그 사이에 있는 마당의 조경도 설계의 한 부분이었는데, 처음부터 아름다운 나무 한 그루를 생각했다.

마당에서, 내부 공간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아우르고, 풍경이 되어줄 나무 한 그루.

그 나무를 위한 큰 창을 만들고, 나무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한 곳에서, 크고 멋있는 대봉감 나무를 만났는데, 애초에 감나무라는 수종은 심중에 없었지만 멋있는 수형의 나무를 보고 홀린 듯 택하게 되었다.

30~40년 된 나무는 매년 크고 실한 대봉감이 많이 열려, 가을에 감따기를 기다린다는 나무 주인은 우리에게 주기 아까운 심기를 비추었을정도로 좋은 나무였다.

대봉감 나무는 자신을 위해 만들어 놓은 큰 창 앞에 자리를 잡았다.

겨울에 옮겨심어, 아직은 앙상한 나뭇가지를 볼 때마다 푸른 잎이 돋고, 주황색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풍경을 상상했다.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어느덧, 봄이 왔는데도 나무는 싹을 틔우지 못했다.

죽은 나무를 파내려 이리저리 나무를 자르고, 조각을 내다가 아직 깊은 곳에서 나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여러 이유로 작업은 계속되었다.

톱에 잘려나가는 나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울컥했다. 예전에 읽었던 법정 스님의 책 한 구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무.jpg



좋은 청매화 나무를 만난 스님이 자신의 거처로 나무를 옮겨 심었는데, 그렇게 생기있고 아름다웠던 나무가 새로운 땅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게 된 것이다.

그때 스님은 크게 후회했다고 한다.

본인의 공연한 욕심으로 한창 피어나는 매화나무를 옮겨 와 시들게 하는구나, 차마 못 할 짓을 한 것 같아 괴로워하며, 아침저녁으로 매화나무 곁에 서서 제발 기운을 차려라.


이 뜰에서 함께 살자고 기도를 했고, 어느 날 새순이 돋아났다는 이야기이다.

우리의 욕심으로 자신의 땅에서 잘 살아오던 대봉감 나무의 생을 앗아갔다는 것에 죄책감이 들어 눈물이 핑 돌았고, 속으로 극락왕생을 되뇌며 대봉감 나무를 보내주었다.

대봉감 나무가 있던 자리에는 공교롭게도 매화나무가 심어졌다.


"부디 너는 이 땅에서 꼭 뿌리를 잘 내려야 해“


[우리의 곁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신비인가. 곱고 향기로운 우주가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새벽 달빛 아래서 매화 향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내 안에서도 은은히 삶의 신비가 배어 나오는 것 같다. / 법정 스님]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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