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의 이야기

2020-2021 세 번째 설계 1편

by kimkeum


2020-2021 세 번째 설계 1편

2020-2021 세 번째 설계 1편

오래된 ‘집’의 이야기



오래된 집이 갖는 아름다움이 있다.

살았던 사람의 손때와 수많은 계절을 겪으며 생긴 흔적들을 그대로 간직한 집.

그 흔적들은 집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번 설계를 진행하면서 가장 경계했던 것은 그 흔적들을 없애지 않고,

제주 구옥을 다루는 전형적인 방식의 설계는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집’은 그 자체로 소박한 ‘예쁨’이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예쁘게 존재했고, 그 흔적들을 따뜻하게 비춰주는 햇빛을 가진 집이었다. 진행하려는 설계가 집의 소박한 예쁨을 버릴 정도의 것인가? 란 의문을 마음에 새기고 설계의 방향을 잡아나갔다.




[하나]




그즈음 읽었던 책에 사로잡혀 있어서였을까?


‘자욱한 안개와 먹의 윤곽

새벽의 고요함에 잠기는 공간’ 이란 주제로 ‘흰’과 ‘먹’의 공간을 꿈꾸었다.

다양한 색들이 공간에 쓰이고 사랑받는 요즘, 가장 본질적인 색으로 돌아가 보자!

나는 이 공간을 블랙 앤 화이트가 아닌

‘흰’과 ‘먹’의 공간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누군가는 그게 그거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분명, 이 둘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흰’과 ‘먹’이라는 주제는 한국적인 것과 귀결된다.

우리말의 ‘흰’과 ‘먹’은 변하지 않는, 곧은 진실성과 우아함을 가지고 있다.

대놓고 한국적이진 않지만, 공간에서 은은하게 그 정취가 묻어났으면 했다. 그리고 그 느낌이 한국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면 했다.

궁과 한옥에서 어떤 요소들을 뽑아 접목할지 자료조사를 하던 중, 창덕궁의 근대식 수라간을 보게 되었는데 한국적인 ‘흰’과 ‘먹’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그 오묘한 느낌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공간의 바탕이 되는 ‘흰’과

묵직한 중심이 되어줄 ‘먹’


플라스터의 질감을 가진 ‘흰’ 벽은 모든 것을 품어주는 우아한 바탕이 된다. 나무마루를 깔아, 얇게 색을 입히고 말리는 작업을 반복한 먹색 바닥은 마치, 오래된 한옥의 대청마루 같은 묵직함을 가지길 원했다.

고고한 중심 되어주길 원해 세운 기둥은 서까래와 함께 공간의 먹색 선이 되어준다.


無의 벽에 들어갈 그림은 함께 고민하고, 파트너가 그려 넣었다, 공간에 들어갈 조명, 가구, 오디오(오디오를 배치한 천장디자인은 나 혼자 디터 람스 같아! 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나하나 골라 공간에 심는 과정에서 공간이 너무 정적이지 않게, 무거워지지 않게 현대적인 느낌의 다양한 의자와 테이블로 공간에 리듬감을 더했다. 그리고 곳곳에 내 영혼의 색인 노랑도 살짝 끼워 넣었다.

(화장실의 귀여운 누런 빛 타일도 잊으면 안 돼!)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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