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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디자인 Mar 27. 2020

싱가포르 매력 탐구

벗어나기 힘든 개미지옥 같은 곳



싱가포르를 처음 여행하게 된 건, 같이 일하던 회사 동료들의 꼬드김 때문이었다. 그전까지, 싱가포르라는 나라는 그저 벌금과 태형이 있는 무서운 나라였다. 동료의 부추김에 엉겁결에 비행기 티켓을 사고호텔을 예약하는 동안, 싱가포르가 일 년 내내 더운 나라라는 것과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는 바로 그 유명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지금 봐도 놀랍지만, 처음 마주했을 때에는 와, 이런 건축물이 있어? 싶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호텔 수영장에서 본 싱가포르의 풍경도 너무 좋았다. 그때 기억이 좋아서인지 몰라도 신혼여행은 자연스레 싱가포르가 되었고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수영장에서 질리도록 시간을 보냈다. 싱가포르의 매력에 빠지게 된 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지만 (싱가포르를 처음 가는 이들에게 확실한 매력이 있다.) 지금은 안다. 그보다 더 매력적인 것들이 넘쳐나는 곳이 훨씬 많다는 것을.






고급스러움이 흐르는 빌딩 숲의 매력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홍콩과 더불어 금융권 회사들이 모여드는 곳이라서 그런지, 고급스러운 빌딩이 정말 많다. 늘 마리나 베이의 빌딩 숲이 이루는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낮도 좋고 야경도 좋고. 언제 봐도 멋진 빌딩에 고급스러운 카페와 레스토랑, 바가 즐비하다. 낮에는 멋지게 꾸며진 카페에서 소녀 감성을 채워주는 브런치를 먹고, 밤에는 맥주나 칵테일을 우아하게 즐겼다.





부부가 나란히 허세 감성을 좋아하는 터라, 고급스러움이 가득한 싱가포르가 우리에게 참 잘 맞았다. 싱가포르에서 핫하다는 카페에 가서 예쁜 브런치 사진을 찍을 때 그 희열이란....! 싱가포르의 현지식도 사랑하지만, 우리 부부의 성향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역시 카페의 브런치였다. 사진 앨범에 예쁜 음식 사진이 차곡차곡 쌓일 때마다 싱가포르를 찬양했다. 오, 싱가포르여!




싱가포르의 진정한 매력은 밤에서부터



치안이 안전한 나라이기 때문에 밤에 아무리 돌아다녀도 위험할 일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싱가포르의 밤을 걸었다. 웅장한 레이저 쇼가 진행되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서부터 화려한 술집이 모여있는 클락키까지. 낮에는 더워 죽을 것만 같았는데, 밤에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빌딩들이 경쟁하듯 밝혀놓는 불빛이 화려해 눈이 즐겁다. 밤거리를 걷다가 유명하다는 바에 들르는 것도 좋았다. 아예 작정하고 고급스럽게 술에 대한 조예를 뽐내는 곳들이 많아서 밤마다 어딜 가야 하나 고민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싱가포르에는 다양한 테마의 바가 존재한다. 온 세상에 있는 진들을 잔뜩 모아 놓고 1920년 대 인테리어로 고급스러움을 더한 바도 있고, 마리나 베이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바도 있다. 이런 곳에 있노라면 젊고 활기찬 분위기가 낮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아,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싱가포르 슬링을 처음 만든 호텔의 바도 유명하다. 무료로 제공되는 땅콩을 까먹으며, 껍질을 바닥에 바로 버리는 것이 이 바의 특징이다. 뭐만 해도 벌금을 물리는 싱가포르에서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데 다들 싱가포르 슬링을 벌컥벌컥 마시고 땅콩 껍질을 자연스럽게 버린다. 소심한 저항을 하듯, 따라서 껍질을 버리고 술을 마신다. 즐겁기 그지없다.



소소한 골목 탐방



여러 번 싱가포르를 다녀보니 유명한 관광지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래인이 그렇고 티옹바루가 그런 곳이다. 하지래인은 너무 알려진 데다가 골목의 규모가 너무 작아서 이제는 살짝 실망스럽지만, 티옹바루는 전혀 그렇지 않다. 작은 규모의 카페와 서점들이 소소하게 있어서 반나절 시간을 보내기 좋다. 서점에서 예쁜 책 커버를 구경하는 게 이렇게 재미있을 줄, 티옹바루에서 알게 되었다. 그냥 흔한 싱가포르의 동네인데 보물찾기 하듯 골목을 둘러보는 재미에 푹 빠진다.





이와 같은 논리로 카통 빌리지도 사랑한다. 다민족이 살고 있는 싱가포르 문화의 중심이 되는 페라나칸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전통문화를 잘 몰라도 괜찮은 게,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축물의 느낌이 사진 찍기 그만이다. 어딜 가나 오래된 건물을 활용한 카페나 레스토랑이 흥하듯, 카통 빌리지에서도 이국적이고 전통적인 건물 사이로 현대적 감성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생각해보면 서울에 살고 있어도 강남역이나 명동보다는 서래 마을과 성수동을 좋아했다. 그러니 싱가포르에서도 조용하고 소박한 즐거움을 찾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화려하고 번쩍이는 것만이 싱가포르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이제 싱가포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냥 자주 가서 그 매력을 즐기는 수밖에.






늘 푸르고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곳, 다양한 민족들이 별 탈 없이 살아가는 곳, 적당한 고급스러움이 넘실거리는 곳, 싱가포르에 가고 싶다. 여러 번 갔음에도 불구하고 고향을 그리듯, 싱가포르의 사진을 보며 그곳의 소리와 냄새를 떠올린다. 전생에 나는 싱가포르에서 살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곳을 그리워한다.






초록빛이 가득하지만 수많은 싱가포르의 매력이 나에게는 핑크빛, 보랏빛으로 다가온다. 이런 생각들을 더해 작업을 하면 묘한 분위기의 이미지가 탄생한다. 하나로 정의하기에는, 싱가포르는 매력이 너무 많다. 그 매력을 떠올리며 이미지를 만들다 보면 매일 하루가 짧게만 느껴진다. 그립고 그립다. 아아, 이 개미지옥 같은 싱가포르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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