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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디자인 Apr 02. 2020

하와이, 하와이

언제든 가고 싶은 천국이 바로 여기야



하와이는 싱가포르 다음으로 우리의 마음의 고향이다. 모든 사람이 웃고 있는 곳, '알로하'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곳. 무지개, 서퍼들의 천국, 쉐이브 아이스의 알록달록함이 괜스레 흥을 돋우는 곳. 전 세계 예비부부들이 신혼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그 섬. 하루 종일 바닷가에 멍하게만 있어도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곳이다.






하와이는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처음엔 그 사실을 알고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아니, 하와이가 여러 개야? 라며 구글 맵을 뒤지면서 놀라워했더랬지. 섬마다 이동할 수 있는 비행기를 '주내선'이라고 부르는 것도, 섬마다 매력이 각자 다르다는 것도 하와이를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쯤 가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하와이'로 여기는 곳은 여러 개의 섬 중에서 '호놀룰루 (또는 오하우)'라고 불리는 섬이다. 하와이의 주도로 주의사당이 있고 하와이의 다른 섬들 중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다. 또한 다른 섬을 이동하려면 호놀룰루를 먼저 거쳐가야 하기 때문에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보통의 한국인들이 하와이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호놀룰루가 제일 많고, 그밖에는 마우이, 빅아일랜드 정도를 다녀오는 정도이다. 그래서 평범한 우리 부부도 보통의 한국 사람처럼 호놀룰루, 마우이, 빅아일랜드를 다녀왔다.





하와이를 처음 가게 된 건 퇴사를 결심한 후의 일이었다. 회사에서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를 신나게 풀 수 있는 곳이 어딜까,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극찬해 마지않는 하와이라는 곳을 가보기로 한 것이다. 하와이 여행을 결심하고 여행 준비를 진행하면서 여러 고민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매웠다. 하와이는 관광지로 너무 오랫동안 유명한 곳이 아니던가. 회사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는 너무 빤하지 않나? 오히려 기대만 잔뜩 했다가, 실망만 남기는 곳이 되지 않을까?라는 불만이 슬며시 들기도 하고,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곳인데 우리가 감히 가도 될까...?라는 소심한 생각까지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 것들로 그 미지의 섬에 가는 걸 그리도 무서워했다니, 바보 같다.



끔찍했던 하와이 공항의 악몽




이런 불안과 근심은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더더욱 증폭되었다. 입국장에서 공항 보안 직원이 내 여권을 가로채더니, 범죄자가 모여있는 듯한 방에 밀어 넣는 게 아닌가. 하필이면 직원의 덩치도 크고 태도도 쌀쌀맞은 데다가 소심의 극치를 달리던 시절이라 방에 들어서자마자 안절부절,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맨 처음 유럽 여행을 떠났을 때,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서도 여권을 뺏긴 후에 몇십 분 동안 잡혀있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겁이 났다. (아직도 마드리드 공항에서 왜 붙잡혔는지 모르겠다. 그냥 아시안이라서 잡은 걸지도.) 왜 하와이에서도 이러는 걸까, 내가 그동안 여행하면서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머리가 혼잡해지기 시작했다.





그 길고 긴 몇십 분이 흐르고 나서, 직원이 드디어 나를 호출했다. 그리고 물었다. 너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적이 있냐고. 아마도 나와 같은 이름 (내 이름은 무척이나 흔한 편이다.)의 여자가 학교를 다닐 적, 문제를 일으켜 미국 입국이 금지된 것 같았다. 아니!라고 절규하자, 험상궂었던 직원이 단박에 싱긋 웃으면서, 그럼 그냥 가도 좋다며 보내줬다. 아니, 저기요? 제가 여기서 불안에 떨며 보냈던 몇십 분은요...? 따져 묻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난 영어가 무척 짧았고, 그냥 공항을 나서는 것만으로도 안심해야 했다. 하지만 불쾌한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래도 하와이는 천국



공항에서 하도 마음을 졸여서인지 호텔에 짐을 풀기 전까지 정신이 멍했다. 과연 앞으로 하와이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면 어쩌지, 싶었는데 그 걱정은 앞서 했던 것처럼 쓸모없는 것이었다. 다음날, 푸른 하늘과 바다를 보면서 나는 전날의 기억을 싹 잊었다.





와, 이래서 다들 하와이, 하와이 하는 건가, 싶었다. 그냥 하염없이 푸르르다. 따가운 햇볕 아래, 바다와 하늘이 각자의 푸름을 뽐낸다. 거기에 식물들은 질세라 제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이런 자연환경에 눌리지 않고 살아온 원주민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관광객들의 얼굴은 봐서 무엇하랴, 그냥 모두들 신이 난 표정으로 바다와 쇼핑센터를 누빈다. 달콤한 향과 노래가 이곳이 천국이라는 것을 인증한다. 아아, 평생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와이의 매력은 '바다'에 있다. 섬이니까 당연히 바다의 매력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나는 바다를 무척 좋아한다. 어느 바다나 감동적이었지만, 하와이의 바다는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하다. 물 색이 정말 다양하다. 에메랄드빛이었다가 아예 푸르렀다가, 짙은 파랑이었다가... 그 사이로 파도가 넘실거린다. 하루 종일 보기만 해도 지겹지 않다. 오히려, 바다라는 존재가 이렇게 다채로웠던가, 감탄을 연발한다.





그 바다를 마음에 품고 그린다. 온 세상의 푸른빛을 가득 담아, 하와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풀어놓는다. 온 세상 사람들에게 내가 하와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널리 알리고 싶다. 하와이에서 살지는 못해도 그리워하는 건 할 수 있으니까. 애정을 표현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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