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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디자인 May 28. 2020

태국을 그리며

동남아라면 맨 처음 떠오르는 그곳




태국은 나의 첫 해외여행지였다. 요새는 어린아이들도 해외여행에 익숙해져 있지만, 나는 대학생이 되어서야 첫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오랜만에 다시 꺼낸 옛 여권에서 그때의 설렘을 다시 느꼈다. 16년 전이다. 다시금 나의 나이를 되새김질하였다.






첫 해외여행은 그렇게 설레고 또 힘들었다. 학생이라서 돈이 없는 터라 저가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었는데 좁은 좌석에 5시간을 꼬박 앉아 가려니 죽을 맛이었다. 게다가 처음 맛본 기내식은 향신료에 범벅되어 있어 냄새만 맡아도 괴로웠다. 도대체 사람이 먹으라고 내놓은 건가, 싶어서 짜증이 났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갈 때는 기내식을 한 입도 먹질 못했는데 돌아올 때는 너무 맛있어서 싹 비웠다. 고수는 한참 뒤에나 먹을 수 있었지만, 의외로 태국을 처음 여행하면서 음식 때문에 곤란했던 기억은 없다.






공항에서 느껴지던 더위와 습기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난다. 한국의 여름도 무덥지만, 태국에서 느낀 첫 더위는 결이 달랐다. 금세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그 더위. 에어컨이 빵빵 틀어지는데도 습하고 또 그 사이에서는 묘한 향이 난다. 태국의 공항은 꼭 똠얌꿍처럼, 한 번에 여러 가지의 감각을 자극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맡아본 적 없는 강렬한 향은 잊기 어려웠다. 더위 때문에 흘리는 땀 냄새, 각종 매연, 습해서 나는 꿉꿉함을 없애기 위해 태국 사람들이 쓰는 강한 향의 첫 만남은 그렇게 어색했다. 한국의 무향 속에서 살던 내가 갑자기 각종 향의 공격을 받았으니 충격일 수밖에. 지금도 돈므앙 공항에 내리면 예전의 그 향이 난다. 실제로 나는 건지, 아니면 추억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딜 가나 오토바이와 툭툭이가 도로를 메운다. 강을 건너는 배들이 가득하다. 도로만 혼잡스러운 게 아니라 강도 번잡스럽다. 강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데, 순간 더러운 강물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노래하듯 말을 한다. 왕궁과 사원의 금빛은 눈이 부시다. 서양 남자들은 태국 여자들을 하나씩 끼고 거리를 배회한다. 100바트부터 시작하는 마사지 가게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아줌마들이 하릴없이 밖만 쳐다본다. 태국의 도시들은 낮보다는 밤이 더 화려하다.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각종 음식 냄새가 코를 찌른다. 건물 틈바구니 속에서 초록 식물이 가득하다. 아니, 식물 사이로 건물을 지은 것인가? 혼란에 빠진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혼란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는 질서가 있다.






혼란스럽던 첫 해외여행은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 첫 여행을 시작으로, 봇물 터지듯이 세계 여행을 시작했다. 특히, 결혼 후에는 여행이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 자금의 여유가 되기만 하면 일단 여행을 다닌다. 여행하는 삶은 계속 진행 중이다. 덕분에 이제 비행기를 타도 첫 비행기를 탔던 때처럼 설레지 않는다. 어느 도시에 가도 처음 태국 공항에 도착했던 것처럼 당황하지 않는다. 여행에 익숙해진 것이다. 그렇지만 태국은 여행할 때마다 처음 여행했을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여전히 낯선 느낌이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아직 많은 것들이 새롭다. 신비로운 곳이다.









나에게 동남아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어주었지만 여전히 새롭게만 느껴지는 태국은 그래서 늘 영감을 주는 존재다. 모든 것이 조화롭게 제 삶을 다하는 곳, 한 번에 다채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곳이다. 태국의 다양함을 상상하며, 작업하면 아름다운 것들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태국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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