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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없이 흘러가는 워킹맘의 시간을 살아가는 자세

by 혜윰이스트

아침은 눈을 뜨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지기도 하고 알람이 울려야 겨우 눈을 뜨기도 하는 나날들.
아이가 깨기 전 서둘러 출근 준비를 시작해 본다.

샤워를 하고 대충 머리를 말린 후 옷을 갈아입는다.
아이를 깨우고 등원 준비를 시키는 동시에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화장도 틈틈이 해본다.
아이는 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는다.
피곤해서 칭얼대는 걸로 하루를 시작하기도 하고 기분 좋아 노래를 흥얼대느라 양치시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출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조급한 마음은 더욱 커져간다.
쉼표 하나 찍을 틈도 없이 이어지는 문장처럼, 아침은 그렇게 숨 가쁘게 흘러간다.

회사에 도착하면 또 다른 문장이 시작된다.
회의, 보고, 전화, 이메일, 끝나지 않는 숫자와 말들.
엄마가 아닌 직장인으로서의 나, 이름이 아닌 직급으로 불리는 나.
함께 일하는 이들과의 원만한 관계유지를 위해 애쓰는 나.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하원시간에 맞춰 퇴근을 해야 하니 숨 쉬는 것을 느낄 새도 없이 업무에 집중을 한다.
종종 점심시간조차 휴식이 되지 않는다.
오전이 채 지나지도 않았건만 머릿속은 이미 오후 일정으로 가득하다.
나의 낮은 그렇게 버티듯 흘러간다.

퇴근을 하면 다시 또 다른 하루가 열린다.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길, 마치 새로운 근무의 시작 같다.
낮잠시간이 없어지고부터는 피곤한지 차 안에서 잠이 들 때가 많고 칭얼거리는 횟수가 늘었다.
퇴근 직후는 나 역시 몸과 마음이 지쳐있어 날카롭게 반응하기도 하는데 그런 날이면 잠들기 전마다 나를 자책하게 된다.

저녁을 차리고,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씻기고, 재우는 시간의 반복들.
하루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또 다른 하루가 펼쳐진다.
쌓여있는 설거지감, 건조기에서 막 나온 빨랫감,
미처 치우지 못한 아이의 장난감들까지.
쉼표 없는 시간은 밤에도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완전히 지쳐 무너지고 싶지 않다.
사실 무너졌던 때가 있었다.
나는 살아야 했다.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글을 쓰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아주 작은 쉼표들을 찍는다.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잠시 눈을 감는 순간.
등원 때 아이가 불쑥 건네는 “엄마, 사랑해”라는 말.
하원 때 보고 싶었다는 말을 수줍게 전하는 아이의 표정.
모두 잠든 집에서 책을 한 장 펼치는 고요.
그 순간만큼은 문장이 멈추고, 내 호흡이 살아난다.
나는 그 찰나들을 사진 찍듯이 각인시키고 감사의 기쁨을 느껴본다.

쉼표는 누군가가 허락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찍어야만 생겨나는 것임을 배운다.
시간이 나를 몰아붙여도, 쉼표 하나 찍는 건 결국 내 몫이다.
완벽한 워킹맘이 되려는 욕심을 내려놓는 연습이 계속되고 있다.
쉼표를 놓치고 달려도 괜찮다는 마음가짐 역시 내 몫이다.
쉼표를 찍지 못한 문장도 결국 하나의 문장이 된다는 것을 믿고 있다.

중요한 건 완전함이 아니라, 매일을 끝까지 살아내는 힘이다.

쉼표가 있든 없든 나의 하루는 결국 여느 문장처럼 완성될 것이다.
그 문장을 써 내려가는 힘, 그것이 워킹맘이 살아가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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