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엄마가 일하는 시간 동안 아이도 어린이집에서 하루를 보낸다.
마치 작은 직장인처럼, 등원하고, 식사하고, 정해진 일과에 따라 하루를 살아낸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1년을 마치고 복직을 했다.
누군가에게는 그 시간이 길었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너무 짧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나에게는 분명히 짧았다.
그 어린아이를 남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하며 나를 설득했다.
일하는 엄마를 둔 아이는 모두 이렇게 살아가는 거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쓰디쓴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일하는 중에도 문득문득 아이가 잘 지내고 있을지 떠올랐다.
아이도 혹시 나처럼 엄마를 그리워했을까?
엄마, 아빠 둘 다 늦게까지 일하는 날이면 외할머니가 아이의 하원부터 저녁식사까지 함께해 주신다.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는 기력이 달릴 때가 많아, 평소처럼 아이를 온전히 돌보기 어려운 날도 있다.
그럴 때면 아이는 조용히 장난감을 꺼내 놀고, 아직 글을 모르지만 혼자 책을 펼쳐 앉는다.
그런 모습을 보신 친정엄마는 “애기도 아니여야~ 얼마나 눈치가 좋은디!” 하시며 아이의 의젓한 모습에 감탄하신다.
할머니랑 있을 땐 “할머니가 최고야!”라며 활짝 웃고, 엄마가 오면 “엄마가 최고!”, 아빠까지 함께 있으면 “아빠가 제일 좋아!”라고 말하는 아이.
누구의 사랑도 빠짐없이 받아들이고, 그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의 따뜻함에 문득 마음이 뭉클해진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엄마의 고단함도 어렴풋이 아는 듯하다.
내가 몸이 안 좋아 누워 있으면 슬쩍 아빠에게 다가가 이것저것 대신 부탁하거나 함께 놀자고 조른다.
그런 아이를 보고 있으면, 이토록 사랑스럽고 다정한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주말이면, 평일에 미처 못 자던 잠을 보충하듯 늦잠을 잔다.
그럼 나도 덩달아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그저 함께 있는 그 시간이 서로에게 참 소중하다.
아이와 온종일 함께할 수 있는 주말을 기다리는 나처럼, 아이도 엄마, 아빠와 함께 온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주말을 기다린다.
“오늘 어린이집 가는 날이야?”
“아니,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안 가.”
“오예! 엄마 아빠랑 놀 수 있다!!”
“내일 어린이집 가야 해?”
“응, 가야 해.”
“힝... 엄마 아빠랑 놀고 싶은데…”
아이에게 주말은 단지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날이 아니라, 엄마 아빠와 하루 종일 함께할 수 있는 특별한 날이다.
작고 여린 몸 안에 담긴 크고 깊은 마음이, 엄마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아이는 오늘도 작은 어른처럼, 묵묵히 하루를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