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워킹맘의 야근에는 이것이 꼭 필요하다.

by 혜윰이스트


야근은 단순히 업무 시간이 늘어난다는 의미를 넘어, 워킹맘에게는 하루의 무게를 몇 배로 키우는 일이 된다.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뒤로 미뤄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밀려드는 죄책감과 피로는 어깨에 고스란히 내려앉는다.

그래서 워킹맘의 야근에는 다른 누군가보다 더 많은 준비물이 필요하다.


1. 워킹맘의 야근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나의 딸은 내가 일하는 곳과 아주 가까운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그래서 아이의 등하원은 내 몫이 되었다.

그런데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하원은 다른 사람의 몫이 되어야 했다.

먼저 스케줄을 확인하는 대상은 바로 남편.

그리고 친정어머니.

두 사람의 일정이 모두 되지 않을 때에는 야근을 할 수 없어 최대한 챙길 수 있는 일거리를 가방에 담아본다.

내가 야근을 하기 위해서는 하원을 도울 누군가가 필요했다.

결혼은 남과 여가 만나 하고, 임신도 남과 여가 만나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편은 야근을 해야 할 때 나의 허락이나 도움이 필요하지 않지만 나는 야근을 해야 할 때 아이의 하원이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 확인과 하원 도움이 필요했다.

가끔 이것이 불평등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이 어린이집이 나의 직장과 몹시 가깝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아보았다.


2. 워킹맘의 야근에는 ‘나를 믿는 마음’이 필요하다.


일과 가정, 두 세계 사이에서 늘 부족함을 느끼지만, 사실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

집에 도착하면 지쳐 있는 남편.

남편이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집안일.

그걸 바라보는 나를 발견할 때, 이 삶이 정말 제대로 흘러가는 삶인 건지 의심이 들기도 하다.


하지만 야근을 하는 나를 자책하기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마음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진다.

사실, 자책하지 말자고 수 백번, 수 만 번 다짐하며 생각해 보아도 잘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나를 믿자고 또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본다.


3. 워킹맘의 야근에는 ‘작은 위로’가 필요하다.


집에 돌아와 아이의 자는 얼굴을 바라보거나, 시원한 맥주 한 캔 마시는 그 순간, 짧은 시간에 읽어 내려간 책의 문장들, 그런 소소한 것들로 나를 위로할 때 비로소 하루가 마무리된다.

고단하지만 이 시간이 있기에 다시 다음 날을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글을 쓰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무척 소중하다.

가끔 부담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머릿속에서 죽음이 도사릴 때 나를 구원한 것은 바로 글쓰기였다.


글쓰기가 주는 위로의 힘은 굉장히 컸다.

오늘도 나는 글쓰기로 위로를 받는다.




워킹맘의 야근은 단순히 업무 연장의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과 책임, 자기 돌봄이 교차하는 치열한 현장이다.

그래서 야근의 필수 요소는 업무 능력이 아니라, 나를 지탱해 주는 마음의 장치들이다.

결국 워킹맘을 움직이는 건 피로를 넘어서는 애정과,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는 다짐이 아닐까.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10화맞벌이 부부는 완성할 수 없는 육아퍼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