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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구원한 것은 결국 나였다.

by 혜윰이스트

웃으며 일하고, 울며 견디는 날들이 있었다.

복직 후 나는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 생의 벼랑 끝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이를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삶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돕는 일이 내 역할 중 하나였다.

다른 업무도 있었지만 특히 삶의 경계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 상담을 하는 일은 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들이 하루를 더 살아내도록 돕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못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괜찮아요’라고 말하면서, 내 안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어느 날부터인가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들이 무서웠다.

높은 곳에 올라 뛰어내리면 죽을 수 있을까?

달리는 차 안에서 문을 열고 뛰쳐나가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들이 스며들어, 내 하루를 조금씩 잠식해 나갔다.

웃으며 일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울며 견디고 있었다.


아이 앞에서는 환하게 웃는 엄마였지만, 밤이 되면 눈물이 흘렀다.

짜증 낼 일이 아닌데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나를 발견할 때도 잦았다.

세상을 구하려는 사람처럼 살았지만, 내 마음은 점점 어두워졌다.

엄마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했다.


그럼에도 출근길에는 늘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야 했고,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믿었으니까.

그런 시간을 지나며 깨달았다.

내가 누군가의 생명을 붙잡아주는 일에 온 힘을 다하는 만큼, 나 자신도 붙잡아야 한다는 것을.

울며 견디는 시간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살아내기 위한 또 하나의 용기였다.


이제는 말하고 싶다.

웃으며 일하는 나도, 울며 견디는 나도 모두 ‘진짜 나’였다고.

그 진심으로 버텨온 날들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누군가의 삶을 구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다정히 안아주는 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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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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