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있고 싶을 때가 있다.
누구의 엄마도, 누구의 직장인도 아닌 그저 ‘나’로 존재하고 싶은 순간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여유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일과 돌봄의 루틴 속에서 ‘쉬고 싶다’는 말조차 죄스러워질 때가 있다.
워킹맘의 하루는 늘 시간과의 싸움이다.
회사에서는 업무를 완수해야 하는 직장인으로, 집에 돌아오면 다시 아이와 가족의 삶을 책임지는 돌봄 노동자로 변신한다.
이중의 역할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자신을 잃는다.
누군가는 말한다.
“다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
하지만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고립의 신호가 된다.
다들 그렇다 해도, 나는 힘들다.
그리고 그 사실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돌봄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지만, 동시에 무게이기도 하다.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책임으로 굳어지고, 어느새 의무가 되어버린 돌봄은 쉽게 피로를 만든다.
사회는 여전히 돌봄을 ‘여성의 몫’으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마음은 종종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피로는 병으로, 우울로, 혹은 침묵으로 변한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돌봄에도 쉼이 필요하다고.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돌보는 시간과 장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잠시라도 ‘돌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이기심이 아니라 회복의 조건이다.
그것은 단지 몸을 쉬게 하는 휴식이 아니라, ‘나’를 다시 만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에게 그 공간은 글쓰기였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마음의 조각들을 글로 내려놓을 때, 복잡했던 감정이 조금씩 정리되고, 무겁던 책임감의 결이 부드러워졌다.
글은 내 안의 돌봄 노동을 언어로 환기시켜 주는 숨구멍이 되어주었다.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도 여전히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썼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손길로 살아가지만, 동시에 자신을 돌보는 손길이 필요하다.
그 손길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잠깐의 고요, 한 잔의 따뜻한 차,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화, 혹은 나를 인정해 주는 한 줄의 글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자신을 돌보는 시간들이 쌓일 때, 돌봄의 무게는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 관계를 지속시킬 힘이 된다.
고독한 워킹맘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싸우는 일’이다.
세상이 요구하는 수많은 역할 속에서도, 자신을 위해 숨 쉴 틈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진짜 용기다.
오늘 하루의 돌봄이 벅찼다면,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다.
당신이 쉬는 동안에도 세상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니 한숨 돌리고, 나를 돌보는 일을 우선순위에 두자.
그곳에서부터 진짜 회복이,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사랑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