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컷을 하면서 받는 오해, 그리고 그에 대한 생각
종종 사람들한테 “연애 안 해?” 혹은 “남자 친구 안 사귀어?”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면 나는 “응, 딱히 남자에 관심도 안 생기고 연애 생각이 없네”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대답하고 나면, 이따금씩 몇몇 예의 없는 사람들은 “아, 그러면 여자에 관심 있어?” 혹은 “여자 좋아해?”라고 되물으며 본인의 질문에 농담 그리고 진담이 반반 섞여있다는 뉘앙스 그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로 나를 쳐다본다.
여자, 안 좋아한다.
내가 짧은 머리를 하고 남자같이 하고 다녀서, 하는 행동들이 남자 같아서 내가 동성애자일 것이라고 유추하고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나도 연애경험이 있는데(심지어 여러 번) 그저 내 스타일이 그렇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가 연애경험이 없는 모태솔로일 것이다, 혹은 여자를 사귈 것이다-라고 생각해버린다. 그냥 머리 짧은 게 편하고, 내 스타일이랑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운동을 시작하면서 샤워를 하루에 여러 번 하다 보니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짧게 자르는 것이거늘... 그냥, 본인들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한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를 여고를 나왔는데, 한 번은 점심을 먹기 위해 친한 친구와 팔짱을 끼고 장난치면서 식당으로 걸어갔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일주일이 지나자 "쟤 레즈 아니라더니, 누구누구랑 사귄대!"라는 어처구니없는 소문이 교내에 퍼졌다. 왓..?
당시에는 그런 시선을 받는 것이 처음이었고 당황스러웠기에 한 동안 점심을 먹으러 가지 않았다. 내가 해명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되었고,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아서. 결국 그들은 내 겉모습을 보고 마음대로 판단할 테니까. 물론 벌써 10년 넘게 이런 오해를 받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시선들에 신경을 쓰거나 상처 받진 않지만, 그런 오해를 받고 나면 알게 모르게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페미니스트도 아니다.
몇몇 사람들의 눈에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머리만 짧으면 다 페미니스트다. 물론 페미니스트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페미니즘을 추구하지 않는 것에 더불어, 관심도 없다. 굳이 페미니즘을 추구할 생각이 있지도 않고, 남녀를 떠나 성차별에 대해 큰 생각도 없다. 물론, 세상에 여전히 성차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남녀를 떠나서 불합리한 성차별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고, 앞으로 개선될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사회에 뿌리가 깊게 박혀있는 "남성이 더 위대하다"는 사상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굳이 불편한 소음을 발생시키며 주장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물론, 페미니스트가 불편한 소음을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종종 '성차별' 관련 뉴스 기사를 보았을 때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주장을 펼치며 격하게 싸우는 특정한 사람들을 보고 말하는, 매우 주관적인 생각이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 각자가 개개인의 개성을 갖고 있는 것뿐인데, 그 수많은 사람들을 그냥 남자와 여자 두 가지 분류로만 구분 짓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자가 숏컷을 하려면 할 수 있는 거고, 남자가 장발을 하려면 할 수 있는 거다. 여자도 격한 운동 좋아할 수 있는 거고, 남자도 뜨개질할 수 있다. 여자도 무거운 짐 충분히 들 수 있고, 남자도 무거운 짐을 못 들 수도 있다. 물론 남녀의 신체적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 이전에, 결국 개개인의 능력과 체력의 차이다. 개개인의 능력 차이를 '성'으로 구분 짓는 것은 옳지 않다.
페미니즘에 왈가왈부하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세상 사람들 모두가 남녀 따지지 말고 각자 인생 잘 살아가면 세상도 알아서 잘 굴러가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여자도 할 수 있다고요!" 하면서 소리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냥.. 그냥,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거니. 그렇게 행동할 수도 있겠거니. 하고 물 흘러가는 대로 세상도 쉽게 흘러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 우리 모두 조금씩만 둥글게 둥글게 세상을 바라보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세상이 시나브로 좋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