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사막 마라톤 도전 | 완주 후기 EP7.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6일간 252km를 이동하는 극한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서 귀국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완주했을 때 기분이 어땠어?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이렇게 묻는 건 피니시 라인에 도착하는 그 마지막 순간의 감정이 가장 강렬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질문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 피니시 라인에 도착하던 순간의 나의 모습은 생각보다 평온했다. 물론 엄청 기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따로 있었다.
바로 셋째 날 롱데이 때. 85km 여정을 마치고 피니시 라인에 들어온 그 순간이 나에게 가장 강렬했다.
그 이유는 피니시 라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롱데이 날이었다. 총 33시간이 걸렸던 날.
새벽 5시에 출발해 어느새 저녁이 되고, 해가 지고, 깜깜한 밤이 되었다. 중간 중간 체크포인트에서 쪽잠을 자고 출발하곤 했다. 다음 날 해가 뜨고, 다시 뜨거움도 모자라 활활 타는 오후가 되어 버렸다. 간간이 열사병 증세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보였다. 나는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종종 뜨거운 햇볕 아래 어지러움을 느끼곤 했다.
나탈야라는 친구와 함께 30시간 이상을 함께 다독이고 버티며 걸었다. 그렇게 33시간이 걸려 피니시 라인에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만 눈물이 터져버렸다.
이미 도착한 같은 텐트 친구들이 내가 언제오나 기다리며 마중을 나와있었다. 내가 도착하는 소식을 듣자마자 피니시 라인으로 달려와 나를 환영해줬다. 가방과 짐을 모두 들어주고, 녹초가 되어버린 나의 그 날 마지막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주었다. 이게 말이 되나? 다들 피곤에 쩔어 자고 있을 때 아닌가.
행복해서 울음이 터져버렸다.
이 순간은 6일을 통틀어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었다. 피니시 라인에 들어왔다는 사실보다도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이 순간이 정말 고마웠고 동시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어떤 도전을 하든 결과보다도 그 과정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경험들이 훨씬 더 소중하다는 것을.
이번 사막 마라톤 도전이 다른 어떤 도전보다도 벅차고 행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함께’ 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응원해준 고마운 사람들, 기부 프로젝트에 동참해 사회적 가치를 함께 이끌어낸 멋진 사람들, 사막 마라톤 내내 함께 서로 다독이며 나아갔던 소중한 인연들.
이번 도전에서 ‘사람’ 이 빠졌더라면 남는 건 ‘고독하고 공허한 성취감’ 뿐 아니었을까.
그렇게 나는 사하라 사막에서, 인생의 여정 동안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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