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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파워 Jul 10. 2024

#8. 사막에서 가장 날 힘들게 했던 3가지

퇴사 후 사하라 사막 마라톤 도전 | 완주 후기 EP8.날 괴롭혔던 것들

이번 글에서는 사하라 사막 마라톤을 완주하는 과정동안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세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바로 시작해본다.



첫째, 물집


사막 마라톤 시작 전 주변에서 ‘사막 마라톤에서 뭐가 제일 걱정되냐’고 물었을 때 내 대답은 ‘물집’ 이었다. 아무리 좋은 양말과 신발을 신고, 아무리 훈련이 잘되었다고 한들 절대 피해갈 수 없는 그 이름. 물.집.

물집을 발에 단 채로 252km를 이동하는 상상을 하면 끔찍했다. 거기에 12kg나 되는 가방은 안그래도 아픈 내 발을 더 누를 게 뻔했다.


결론적으로 물집 11개가 생겼다. 그리고 덤으로 발톱 4개가 빠졌다.ㅎ

발톱 안에도 물집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역시 물집은 피해갈 수가 없었다. 처음에 물집 생길까봐 걱정했던 마음이 언젠가부터 ‘당연히 생기겠거니’ 하고 바뀌었다.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거라면 받아들여야지.


매일 레이스가 끝나면 메디컬 텐트에 가서 물집 치료를 받았다. 빨간 약으로 소독한 뒤 물집을 터트리는 작업을 했는데, 빨간 약은 한번 몸에 묻으면 잘 안지워졌다. 한번은 스스로 물집 치료를 하다가 손에 빨간 약이 다 묻어버렸다. 그렇게 나온 내 빨간 브이 사진 (아래)

손에 피 아닙니다~ 옆에 있는 수잔나라는 친구는 참 의리있고 씩씩한 친구였어요. 헝가리에서 직업 군인도 했었던!


그나마 다행인건 물집이 발바닥에 크게 잡히지 않았다는 것. 발가락 사이나 발톱 안쪽에 주로 물집이 잡혔다. 발바닥에 크게 물집이 잡힌 사람도 있던데 걸을때 무진장 아팠을 것 같다…


발바닥에 물집이 덜 잡힐 수 있었던 건 양말이랑 신발 역할이 컸던 것 같다. 

그나마 물집 덜 생기는 노하우를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물집이 생기는 이유는 ‘마찰’과 ‘습한 환경’ 때문이다. 마찰과 습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양말은 발가락 양말을 추천하고, 신발은 약간 통풍되는 재질을 추천한다. 어차피 신발에 게이터 잘 붙이면 모래는 거의 들어가지 않아서 통풍이 좀 되는 신발이 차라리 낫다. 통풍 잘되는 신발의 경우 마라톤 경험이 많은 선배님이 해주신 조언이기도 하다.


처음에 신발이 통풍 되는 재질이면 모래가 자칫 많이 들어갈까봐 고민했었다. 다행히 게이터 튼튼하게 잘 붙이니까 모래가 잘 안들어갔다. 선배님 말을 듣길 잘했다. 통풍 아예 안되고 밀폐된 신발보다는 통풍 되는 신발 추천!


아무튼. 물집이 생각보다도 많이 생겼지만, 돌아보면 ‘그래, 이 정도는 되야 사막 마라톤이지.’ 하는 생각에 자부심이 생기곤 한다. 발이 아예 멀쩡했으면 오히려 아쉬웠을 수도(?)



둘째, 날씨


역시 사막이다. 낮에는 모래 최고 온도가 55도까지 올라갔다. 해가 쨍쨍한 오후 2시~4시 쯤이면 현기증이 자주 나곤 했다. 어질어질.

건조함의 끝판왕. 쫙쫙 갈라진 땅.


수분 보충을 해주려고 물 한모금을 마시면 뜨거운 물이 역할때도 많았다. 특히 간식으로 가져온 육포를 먹고난뒤 물을 마신 적이 있는데, 그 뒤로 그 물을 마실 때마다 뜨거운 데다 육포 맛까지 나서 역해 죽는 줄 알았다. 으웩.


열사병 때문에 포기한 사람들도 꽤나 많다고 들었다. 올해 전체 인원 900명 중 10% 정도가 탈락했는데 아마 열사병으로 탈락한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으로 예상한다.


참고로 열사병 방지를 위해서는 두 가지 정도를 잘 지켜야 한다.


첫째, 초반에 너무 오버페이스를 하면 안된다.

초반에 체력이 많이 남아있어서 ‘오, 오늘 좀 체력 괜찮은데?’ 하는 마음으로 오버 페이스를 하다가 큰 코 다친 경우가 많다. 특히 달리기 기록이 좋고 체력 좋으신 분들이 오버 페이스를 하다가 안타깝게 중도에 탈락한 경우도 기존에 많았다고 들었다.

항상 체력을 아껴가면서 적당한 페이스로 일정하게 이동하는 것이 열사병을 방지하는 중요한 핵심 중 하나다.


둘째, 열사병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분 보충이 필수다.

보통 사막 마라톤을 나가면 500ml 물통 두 개를 가방 양 옆에 꽂고 다닌다. 한쪽은 생수, 다른 한 쪽은 전해질 가루를 넣은 물 이렇게 챙기는 게 일반 적이다. 나 역시 그렇게 들고 다녔다.

사막마라톤에서 물통은 사진처럼 양 옆에 두개 꽂고 다니는 게 일반적이다!


수분 보충 시 꼭 기억해야할 건, 한번에 벌컥벌컥 들이키면 절대 안된다는 점이다. 벌컥벌컥 마실 경우 배가 아플 확률이 높아지고 한번에 많이 마신다고 수분 보충에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 대신에 수시로 한모금씩 들이키는 정도로 마셔야 한다. 기억하자. 수시로! 한모금씩!


이번 사막 마라톤 대회에서 수분 보충을 의식적으로 열심히 한 덕에 열사병은 피할 수 있었다.



셋째, 가방


인간적으로 가방이 너무 무거웠다. 12kg. 뭐가 그렇게 많이 들었는지. ㅠㅠ

식량 무게가 제일 많이 나갔다. 식량 무게만 7kg 였던 것 같다. 발열 식량을 13개 챙겨갔는데 발열팩 무게도 꽤나 많이 나가는터라 더 무거워졌다. 6일 내내 가방이 어깨를 누르는데 정말 고통스러웠다.

시간이 갈수록 가방이 점점 가벼워지긴 했는데 그만큼 체력이 더 방전된 상태여서 그거나 그거나. ㅎ

거기에 보조배터리 2만 암페어짜리 4개를 챙겨갔더니 더 무거운 것도 있었다. 어떻게든 영상을 많이 담아오겠다는 프로 정신!? 진짜 웬만한건 다 찍어온 것 같다. 


그 덕에 마지막 날에는 에너지 100% 방전. 와우.

일주일 간 체력 회복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정말 이번 마라톤 대회 내내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부은 듯 하다. '에너지를 100% 다 쓴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를 경험했다. ^^


그나저나 아직 핸드폰에 콘텐츠 산더미다. 이제 정리 시작이다. 부지런히 앞으로 한달간 영상을 잘 만들어봐야겠다. 이번주 다음주에 기부 프로젝트에서 약속한 토크쇼를 준비하느라 영상 편집에 딜레이가 걸리고 있다. 기부 프로젝트도 잘 마무리하고! 편집도 부지런히 해나가야지...!:)



오늘은 사막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세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과정이 힘들었던 만큼 그걸 극복해내면서 더 큰 희열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순간들이 벌써 추억이 되어버린 지금이다.ㅎㅎ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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