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사하라 사막 마라톤 도전 | 완주 후기 EP5. 베풀면 복이와요
"좋은 인간관계의 비결은 절대 거창해지지 않는 데 있다.거창한 것을 나누려고 마음먹으면 별로 나눌 만한 게 없다. 거창하게 함께하려고 하면 늘 망설여진다.
차라리 내가 당장 하려는 일, 내가 당장 가지고 있는 것을 함께하고 나누는 게 나에게도 이로울 뿐만 아니라 상대에게도 부담이 적다. 서로 부담이 적어야 다음에도 쉽게 함께할 수 있다.
이 작은 습관이야말로 내가 나이가 들어서도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나누기에 좋은 것, 좋은 시기는 따로 없다. 바로 지금, 내가 하려는 그 일을 함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나눔이다.”
- 책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 에서.
이전부터 내가 참 좋아하는 문구다. 3년 전 저 문구를 마음 속에 새긴 이후부터 지금까지 거창한 걸 나누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현재 가진 작은 것들을 주변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언가를 베푸는 것 중 가장 쉬운 방법 하나는 먹을 거를 나누는 일이다. 경험상 굉장히 간단하면서도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 가장 강력한 방법이기도 하다.ㅎㅎ 따지고 보면 큰 돈 드는 일도 아닌데 사람의 마음을 쉽게 열수 있다니! 인간관계에서 매우 추천하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사소하지만 나누는 것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오늘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작은 거라도 베풀줄 아는 사람이 되면 더 큰 행복이 찾아온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된 이번 사막 마라톤 경험을 지금부터 풀어본다.
이번 사하라 사막 마라톤 때도 새로 사귈 친구들과 나눠먹을 것들을 든든하게 챙겼다. 사막 마라톤 레이스는 4월 14일부터 시작이었는데 사막에 도착하는 날은 4월 12일었다. 레이스 전에 주최측으로부터 필수장비를 검사 맡고 안내사항을 듣는 절차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레이스 시작 전 사막에서 머무는 이틀 동안의 끼니 역시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셔틀버스 타기 전날, 레이스 전 먹을 끼니를 구비하기 위해 모로코 현지 슈퍼마켓에 들렸다. 내가 먹을 참치캔이랑 빵을 사고, 무엇을 나눠먹을까 하다가 로투스 과자를 하나 같이 집었다. 한국에서 포도당 캔디도 같이 나눠먹으려고 넉넉히 챙겨온 상태였다. (한 50개는 넘게 챙겨온 것 같다ㅎ 그래서 가방이 무거운 것도 있었다…)
다음 날이 밝았고 참가자 약 1천 명이 다같이 사하라 사막으로 이동했다.
아, 귀국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 모로코 어디 도시 근처에 있는 사막이냐고 묻던데. 흠. 나도 잘 모른다^^ 와르자자트라는 도시에서 6시간을 내리 이동해서 사막 가운데 어딘가에 도착했다는 것만 알 뿐. 버스 창문으로 바깥을 봐도 매번 똑같은 풍경이라…ㅎ
아무튼. 드디어 기대했던 사막의 세계로 들어갔다.
도착하자마자 모로코 현지인들과 행사 스탭분들이 격렬하게 환영해주었다.
나는 천막 9번으로 배정받았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내 천막을 찾아갔다. 참고로 천막은 앞뒤가 뚫려있는 텐트라고 보면 된다.
한 천막에는 6~8명씩 한 조를 이루고 있었다. 내 천막에는 나를 포함해 총 8명이었다. 서로 자기 소개를 하는데 모든 친구들의 국적이 다 달랐다. 모로코, 헝가리, 미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원래 같은 국적 혹은 같은 대륙에 속하는 나라들끼리 같은 천막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 천막 사람들만 모두 다 국적이 달랐다.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좋았다! 덕분에 7개국 친구들을 사귀는 좋은 기회를 얻은 셈이었다.
천막의 생김새가 궁금하다면! 아래 영상 참고하면 된다.
https://www.youtube.com/shorts/cbybv8IE02M
서로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나누고 짐을 정리했다. 역시 국적 불문 ‘가장 자리’ 를 선호하는 건 매한가지다.
늦게 왔더니 천막 가운데 자리만 남았다!ㅋㅋㅋ 우짤 수 없지.
천막 가운데에 짐을 다 풀고 나서 넉넉히 준비한 간식을 한주먹씩 나눠줬다. “웰컴 스낵이야!” 라는 멘트와 함께. 다들 웰컴 간식을 받고 기대 이상으로 엄청 좋아했다. 먹을 거 하나만으로 서로의 어색함이 더 빠르게 풀리는 느낌이었다.
‘간식 넉넉하게 챙겨오길 참 잘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메기라는 독일 친구가 “재이는 이제부터 우리 텐트의 Food & Beverage Manager야!” 라며 단박에 내 별명을 지어주었다. (참고로 재이는 내 영어이름)
그렇게 나는 첫 날 우리 천막의 푸드&음료 매니저 직급을 얻었다.^_^
그 이후로도 가방에 든 간식거리들이 많이 있어서 종종 배고픈 친구들이 있거나 마라톤 도중 만난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그리고 이 먹을거리 덕분에 더 많은 친구들과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어깨야 미안하다)
결론은 아주 작은 거라도 베풀기 시작하면 주변 그리고 본인 모두에게 항상 더 큰 기쁨이 찾아온다는 점이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작은 베풂에 불과하더라도, 그 작은 베풂이 서로에 대한 유대감과 주변에 따뜻한 온기를 만드는 데 분명히 도움을 준다.
그것이 이번 사막 마라톤에서 가장 처음으로 배운 교훈이었다.
[추천 영상: 유튜브 <찐파워>]
https://www.youtube.com/watch?v=hIfGnLugwK0&t=19s
[함께 읽으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jyjy0125/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