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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파워 Jun 17. 2024

#3. 사막 마라톤 참가자들과의 첫 만남 후기

퇴사 후 사하라 사막 마라톤 도전 | 완주 후기 EP.3

모로코 도착 첫 날 마라케시에서 혼자 1박을 하고 둘째 날이 밝았다.

둘째 날은 아침 7시까지 정해진 장소에 참가자들이 모여서 셔틀을 타고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마라케시에서 와르자자트라는 도시로 약 3-4시간 이동해야했다. 와르자자트로 이동해야 그 다음날 사하라 사막으로 무리없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사막과 근접한 도시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참고로 모든 참가자들이 이렇게 이동해야하는 건 아니고 선택 가능한 옵션이 있었다. 알아서 와르자자트로 이동해있거나, 마라케시에서 MDS 셔틀타고 와르자자트로 같이 이동하거나. (MDS는 이번에 내가 나간 대회 이름이다. MDS:Marathon Des Sables). 나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마라케시 공항으로 가는 게 더 편리했기 때문에 후자를 택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집결 장소에 도착했다.

집결 장소였던 켄지 호텔

멀리서도 MDS 참가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커다란 가방에 양 옆 물통을 끼고 있는 사람들은 누가 봐도 MDS 참가자였다. 일찍 도착한 사람들끼리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 셔틀이 도착했다.



MDS 참가자, 카메라맨, 행사 스태프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낯을 안가리는 성격이라 처음 본 참가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했다. 처음 말을 건 친구는 프랑스 사람이었는데 영어를 못하는 친구여서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못해 아쉬웠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참가자들을 인터뷰하는 카메라맨을 발견했다. 장난기가 발동해서 카메라맨을 역으로 촬영하며 다가갔다. 그랬더니 카메라맨 친구가 웃으면서 본인이 나를 인터뷰할거라며 카메라를 들이댔다. 이 친구 이름은 사무엘이었다. 성격이 좋아서 금방 친해졌다. 나중에 사막 마라톤 중간 중간 만날 때마다 서로 반가워하며 응원해주는 사이가 되었다.

카메라맨 사무엘!


셔틀 버스에 올라탔다.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면서 들어가다가 자연스럽게 뒷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내 옆자리에는 독일에서 온 ‘메기’ 라는 친구가 앉았다. 메기는 핵인싸 친구였다. 들어오면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밝고 크게 웃으며 인사하는데 그 당당한 모습이 너무 멋져보였다. 나도 낯 안가리고 인사 잘하는 사람인데 더 거침없는 모습을 지닌 친구를 만나 한 수 배운 느낌이었다. 알고보니 이 친구는 13만 팔로워를 지닌 인기있는 독일 인플루언서였다. 13만 팔로워라니! 부럽다! 내 미래인가~ (행복회로 돌리기 달인)

당차고 밝은 에너지 한가득이었던 독일 친구 '메기'


운이 좋게도 메기를 포함해서 주변에 앉은 친구들이 다 너무 유쾌하고 긍정 에너지가 넘쳤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두 명이 있었다. 노르웨이 출신의 ‘척’ 이름을 가진 친구와 미국 출신의 ‘톰’.

녹색 티셔츠가 척, 그 왼쪽 흰색 티셔츠가 톰이다.


척이라는 친구는 진짜 유쾌함의 끝판왕이었다. 너무 인상 깊었던 것은 진짜 재밌고 유쾌한 농담을 많이 던지는데, 그 와중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는 농담이 하나도 없었다는 거였다. 재밌는 사람들은 보통 남들을 놀리거나 살짝 까내리는 농담을 섞기 마련인데 척한테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진정한 유머 고수 느낌? ‘이 사람처럼 유쾌해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30대 후반 혹은 4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알고보니 50대였다. 와…유쾌하게 사는 게 동안의 비결일까. 아무튼 정말 멋있는 친구였다.


척과의 인연은 사막 마라톤이 끝나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사막 마라톤 중간중간 서로 응원해주기도 하고, 끝난 뒤에는 척이 또 다른 울트라 마라톤을 같이 나가자고 나를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한번으로 족한거 같…^^)


또 다른 친구 ‘톰’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 팀에서 일하는 친구였는데, 이 친구도 정말 유쾌하고 친절한 친구였다. 무슨 질문을 하든 웃으면서 여유있게 받아치는데 그 여유있는 태도가 멋있어보였다. 최근에 마침 내가 마이크로소프트 사내 평가 제도와 관련된 책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과에 기여한 적 있는가> 을 읽었어서, 그 이야기로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톰은 세일즈 팀에서 일하는 게 즐겁고 만족스럽지만 앞으로의 진로를 계속 고민 중이라고 했다.


유쾌한 친구들과 함께 버스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3-4시간을 보냈다. 도착 지점은 세 군데 정도였고 각자 숙소에 가까운 데에서 내리는 거였는데 여기서 바보같은 실수를 했다…ㅎ 여기쯤이겠거니 하고 내렸는데 알고보니 숙소랑 걸어서 1시간 30분…12kg가방에 캐리어까지 있는 상황에다 날씨는 또 너무 더워서 살짝 좌절했다가, ‘또 언제 이 주변을 여유롭게 걸어보겠어!’ 라는 생각으로 ‘오히려 좋아!’ 를 외쳤다.

But 30분 정도 걸었을 때쯤 위기 봉착. 길을 가다 들고 있던 쇼핑백이 터지지 않나(바닥에 짐 다 떨어짐...그 와중에 당나귀가 나타나서 주변 서성임), 갑자기 말이랑 당나귀가 내 앞을 지나가지 않나…안되겠다 싶어서 택시를 잡기로 했다.^^

아...지나가기 글렀다. (무서워)

운이 좋게도 지나가는 택시가 있어 현지 가격으로 택시비를 흥정해서 무사히 숙소로 도착했다.



숙소 도착하자마자 다음날 먹을 식량도 사고 저녁도 먹을겸 길을 나섰다. 그런데 갑자기 핸드폰 데이터가 안터졌다. 충전한 데이터가 바닥난 탓이었다. 살짝 당황했지만 ‘일단 배고프니 근처 식당이라도 들어가자’ 생각하며 feel 가는 데로 걸었다.


그러다 넓은 광장을 발견했고, 그 광장을 걷다가 뷰가 괜찮은 식당을 발견했다. 이 식당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우연’ 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광장이 훤히 보이는 뷰, 친절한 직원, 맛있는 음식까지. 나한텐 완벽한 저녁 식사였다.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뷰

특히 후세인이라는 직원을 만나서 너무 즐겁고 유쾌했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15분 정도 기다려야했다. 마침 후세인도 손님이 없어 심심해보였다. 뜬금없이 후세인한테 푸시업 콘테스트하자고 제안했고, 후세인은 쿨하게 오케이했다.

모로코인 후세인과의 푸시업 대결! 과연 결과는?

그렇게 시작된 푸시업 대결…ㅋㅋㅋ 정말 웃겨 죽는줄. 나는 최대 연속 10개 정도 가능한 수준이었는데, 후세인은 평소에 운동을 많이 안해서 나보다 조금 못하는 수준이었다. 근데 옆에서 자꾸 웃기게 하길래 웃다가 진이 빠져버렸다. 후세인 승! 내가 봐줬다!!

진짜 웃겨죽는 줄 알았다. 후세인 넌 최고야!


재밌게 노는 동안 저녁 식사가 나왔다. 모로코 전통음식인 소고기 따진을 시켰다. ‘찜’ 류라 보면 된다. 양고기찜, 닭고기찜, 소고기찜 이런식으로! 맛있었다 ㅎㅎ 모로코 가면 전통 음식인 쿠스쿠스랑 따진은 꼭 먹어보길 추천한다.

모로코 전통 음식 따진. 추천!

참고로 여기 주소는 아래와 같다. 와르자자트 갈 일이 있다면 이 식당 매우 추천한다.ㅎㅎ

https://maps.app.goo.gl/DLxidEdHvEf1uPyF8?g_st=ic


그렇게 행복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현지인에게 손짓 발짓으로 물어가며 겨우 숙소를 찾아냈다.


다음날에는 진짜로 1천명의 수많은 참가자들과 함께 셔틀버스를 타고 사막에 들어가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두르는 걸 싫어하는 나는 전날 모든 짐을 가방과 캐리어에 잘 싸놓고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모로코식 알람이 나를 깨웠다.

안 일어날 수 없는...ㅎㅎ

<퇴사 후 내가 달리는 이유 2편>은 주 2회(수,일) 연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재밌는 이야기들 많이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함께 읽으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zzinpower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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