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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파워 Oct 20. 2024

#22. 사하라 사막에서 만난 사람들

퇴사 후 사막을 달리다 | EP22.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서 만난 사람들

오늘은 사막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막 마라톤 도전기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야기가 될 것 같다.

38회 MDS 사하라 사막 마라톤 대회는 60개국에서 약 1천명이 참가했다. 나이대는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했다. 한국인은 1명으로 내가 유일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 사람들과 섞이는 일들이 많았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를 맺었다. 오늘은 사막 마라톤 동안 만난 사람들 중에서도 인상 깊은 10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살루아 | 나이의 한계를 뛰어넘은 60대 건축디자이너

모로코에 살고 있는 60대 아주머니이자 친구. 

나이대를 뛰어넘어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열정적이고 오픈 마인드의 소유자 중 한명이었다. 순수하면서도 뚝심있고 닮고 싶은 사람 중 한 명. 사막 마라톤을 나간다 했을 때 주변에서 다 만류했지만 본인의 한계를 긋지 않고 당당하게 도전해 30대인 나보다도 훨씬 빠르게 완주했다. 

신발에 들어간 모래를 열심히 빼고 있는 유쾌한 그녀


직업은 건축 디자이너인데 남편도 건축 디자이너다. 본인의 집도 본인과 남편이 다 인테리어 했다고 한다. 나중에 사막 마라톤 끝나고 집에 초대 받아 놀러갔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드림 하우스 그 자체. 야외에는 수영장과 테라스까지. 

살루아 허락 맡고 찍은 살루아 집 모습!


사막 마라톤 안에서는 다 똑같이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동료인데, 바깥에서 만난 친구들의 모습은 또 새롭다. 모로코 수도 라바트도 구경시켜주고 집에서 맛있는 식사도 대접해준 고마운 친구라, 나중에 한국에 놀러오면 나도 꼭 따뜻한 호의로 갚아주겠다고 다짐했다.



2. 하스나 | 조상의 뿌리를 찾기 위해 사막에 온 네덜란드 기자

모로코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다.

조상의 뿌리가 사하라 사막에 있다는 친척의 말을 듣고 뿌리를 찾기 위해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본인의 이런 스토리를 어떤 잡지 회사에 알렸고 심지어 이 스토리로 책을 발간할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이 얘기를 하면서 눈물을 훔치는데 처음 만난 사이지만 함께 벅차 올랐던 기억이 있다.

하스나는 같은 텐트를 썼던 친구 중 한명인데, 내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고 이야기했더니 내 영상을 틈틈이 많이 찍어주었다. 센스와 열정이 넘쳐 인상 깊었던 친구다. 결혼해 아이도 키우고 있지만, 여전히 본인의 꿈을 놓지 않고 병행하며 나아가는 멋진 친구였다. 올해 12월에 사막 마라톤에서 만난 헝가리 친구가 결혼을 해서 곧 만난다. 사막 마라톤 이후에 또 어떤 멋진 삶을 이어나가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3. 수잔나 | 배려심 넘치고 우직한 헝가리 직업 군인 친구

왼쪽부터 수잔나, 나, 로우라, 리스티, 하스나
레이스 후 멀쩡한 상태로 쇼핑 중인 나와 수잔나의 모습

수잔나는 헝가리에서 살고 있는 친구인데, 원래 직업이 직업 군인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피트니스 센터에서 일하고 있고 거기서 짝꿍을 만나 올 12월에 결혼 예정이다. 수잔나 덕분에 올해 말에 헝가리로 결혼식을 다녀오게 될 것 같다. 갈지 말지 한달 넘게 고민했는데, 안가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비행기를 질렀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친구이기도 하고 또 언제 헝가리 결혼식을 경험하겠어! 하는 생각.


가는 김에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짧고 굵게 둘러볼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비포 선라이즈 영화 시리즈를 너무 좋아해서 오스트리아는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주일 다녀와서 또 열심히 살아보자.


수잔나는 사막 마라톤 동안 가장 고마운 친구 중 한명이다. 레이스 내내 내가 아프면 같이 의료 센터가 가주고, 내가 그날 레이스를 마치고 들어오면 짐을 들어주고, 뭐를 하자고 제안하면 흔쾌히 오케이해서 쉽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친구였다.


신발이 초토화되어도 유쾌하게 완주한 대단한 사람...!


4. 로우라 | 삼성, 이니스프리에서 일해본 소셜 마케터이자 츤데레인 미국 친구


왼쪽 라우라, 오른쪽 메기


아래 영상에서 맨 처음 등장하는 친구가 로우라다!

https://www.youtube.com/shorts/Ep2-EpeDHC8

로우라는 겉바속촉 친구다. 차가운데 엄청 따뜻하고 무언가를 제안하면 겉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사실 엄청 좋아해주는 그런 츤데레 같은 친구! 로우라도 가장 고마운 친구 중 한명인데, 그 이유는 항상 나의 레이스 마지막 순간에 로우라가 있었다. 본인의 피곤함을 넘어서서 나를 기다려주고 항상 마지막 순간을 함께 빛내주던 의리있는 친구. 그래서 로우라가 겉으로 투덜거려도 그 모습 마저도 로우라답고 애정있게 느껴졌다. 본인의 주관이 확실해서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없이 하고, 또 본인 스타일대로 당당하게 밀고나가는 모습도 멋졌다. 많은 자극을 줬던 친구다!



5. 톰 | 본인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마라톤에 도전한 사나이

영국에서 태어나 현재 마이크로 소프트를 다니고 있다. 본인의 한계를 물리적, 정신적으로 뛰어넘어보고 싶어서 이 마라톤을 도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라톤 경력은 1년 이하로 나랑 비슷한 수준이어서 괜히 위안이 되었던 친구.



6. 척 | 30대인줄 알았던 노르웨이 사는 젊은 마인드의 소유자

척은 사막으로 이동하는 셔틀 버스에서 만나 친해진 친구다. 나이는 40대 후반으로 기억한다. 척은 정말 인상 깊었던 친구 중 한명인데, 그 이유는 정말 유쾌한데다가 남에게 상처받는 말을 하지 않는 이상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유쾌한 농담을 잘 던지는 사람은 누군가를 타겟으로 놀리는 행위를 많이 하기 마련인데, 척은 달랐다. 너무 배우고 싶은 부분이었다. 그리고 워낙 에너지가 넘치고 밝아서 30대이겠거니 했는데 중년의 나이라고 해서 또 한번 놀랐다.

내년에 가족과 한국에 놀러온다는데 기회가 된다면 내가 하루라도 멋지게 투어시켜주고 싶다. 일단 운전을 배우자… (1종 따놓고 장롱면허된지 백만년…)



7. 존 | 키다리 아저씨의 실사판 사나이

사막으로 가는 셔틀 버스에서 옆에 앉아 친해졌던 친구. 사막 마라톤 도전자 중에 최장신. 키가 거의 200센치였던 것 같다. 미국 사람이고 성격은 굉장히 유쾌하고 친절했다.

필수 장비 중에 비상금으로 20유로를 챙겨가는 걸 깜빡했는데 존이 흔쾌히 빌려줬다. 여유로운 말투와 친절한 태도를 배우고 싶었던 친구였다. 이 친구는 이미 결혼해 처자식이 있는데 본인의 가정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이 와닿아서 더 멋지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인생을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존의 모습처럼 본인의 주변을 꾸준히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



8. 스티브 | 꼴찌로 함께 달리며 친해진 방구 교수

스티브는 엄청난 커리어의 소유자였다. 현재 나이는 50대이고, 미국에서 사회학과 교수를 하고 있다.  티비에도 나오고 책도 출간했다고 한다. 재밌는 건 아무리 멋진 커리어의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본질은 다 비슷비슷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특히 사막과 같은 세상과 단절된 특수한 환경에 놓이게 되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스티브는 실수로 불편하게 생긴 물통을 가지고 와서 중간중간 수분 보충할 때마다 애를 먹었는데, 내가 하루 동안 가방에서 물통을 꺼내주고 넣어주는 워터맨이 되어주었다.


우린 하루 동안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 함께 40키로를 걸었다. 한번은 걸음이 둘다 너무 느려서 꼴찌가 되어 뒤에 낙타가 따라오는 일도 발생했는데, 나는 그 상황이 너무 재밌어서 낙타를 배경으로 셀카 찍기 바쁘고, 스티브는 낙타가 우리를 추월할까봐 무섭다며 빨리오라고 잔소리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아, 참고로 뒤에 따라오는 낙타는 꼴찌 뒤에 따라오는 최후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이다. 낙타보다 느려지면 그건 곧 대회를 탈락한다는 의미! 내가 계속 히히덕 거리면서 셀카 찍고 달리고, 셀카 찍고 달리고 하니까 스티브가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잔소리를 포기하던 표정이 떠오른다. 추억이다.

뒤에 따라오는 낙타를 보며 마냥 신난 나 (그 앞에 스티브는 고개를 절레절레~)


아무래도 극한 상황에서 오랫동안 함께 걷다보니 생리현상에 약할 수 밖에 없다. 스티브가 참을 수 없는지 한번은 길가다 방구를 뿡뿡 꼈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스티브를 방구 교수(Fart professor)로 불렀다.^^ 사회학과 교수에서 한순간에 방구 교수가 되는 재미난 추억이었다.



9. 메기 | 13만 팔로워를 지닌 사교성 만렙 독일 트레일러닝 인플루언서

메기는 같은 텐트를 썼던 친구 중 한명인데, 알고보니 13만 팔로워를 지닌 인스타 인플루언서였다.

메기의 첫만남은 꽤나 강렬했다. 같은 셔틀 버스를 탔는데 들어올때 처음보는 사람들을 향해 엄청 큰 소리로 밝게 인사하며 자신감있게 입장하는 모습이 기억난다. 이런 면모를 보며 ‘오~ 배우고 싶다.’ 하는 생각이 찰나에 들었던 것 같다. 셔틀 버스로 이동하는 내내 인스타에 포스트를 업로드하며, 인플루언서의 삶은 쉽지 않다~ 이야기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원래 인플루언서가 될 생각이 없었는데 취미로 업로드하다가 팔로워가 폭발적으로 늘어 인플루언서로 전향한 케이스였다. 부럽다!

그리고 본인의 주관이 확실했던 것도 인상 깊었다. 이것도 배울점이었다.



10. 임마누엘 | 100만 팔로워 트위터 스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친구

맨 뒤에 있는 친구가 임마누엘!

임마누엘은 한번의 성공 끝판왕을 맛본 후 다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친구였다. 사막을 함께 걸으며 친해진 친구 중 한 명. 100만 팔로워를 가진 트위터 스타였다고 했다. 정치쪽으로 유명했다고. 그러다 지금은 에어비엔비 사업이랑 다른 새로운 사업을 진행중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막 마라톤 끝난 직후에 바로 자국으로 돌아가서 미팅을 해야하는 빡빡한 일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암튼 열심히 사는 모습이 인상깊었던 친구였다.



그 외에도 정말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롱데이 33시간을 함께한 영국 직업 군인이자 통통 튀는 매력의 소유자 나탈야, 코피를 흘리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쓱 닦고는 가던 길 마저 가는 홍콩 친구 카와이, 아픈 다리를 이끌고 마지막 주자로 멋지게 레이스를 완주한 홍콩 친구 피넛 (피넛은 별명이다.) 등등. 더 이야기 하자면 한없이 길어질 수 있다!


그리고 반대로 어떤 환경에 가든 인성 좋고 배울점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음흉하고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인성이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좀 변태같다거나,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다거나. 쎄~한 느낌을 풍기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느낀 한 가지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괜히 쫄 필요 없다는 것.

국적, 인종, 문화를 다 떠나서 어딜 가든 인간의 본질은 다 비슷하다. 그래서 어딜 가든 방어 기질의 태도로 소극적인 관계를 맺기보다, 먼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동시에 쎄한 사람들을 걸러낼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하다.


앞으로 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기회를 대비해 영어, 스페인어도 부지런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이렇게 사하라 사막 마라톤 도전기인 <퇴사 후 사막을 달리다> 연재 브런치북을 마무리합니다. 귀국하고나서 연재글을 마무리하기까지 6개월이라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막 마라톤 도전을 결심한 처음 순간부터 시간을 계산하면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사하라 사막 마라톤은 하나의 단편 이벤트에서 그치지 않고 제 인생 전반을 돌아볼 수 있는, 더 나아가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준 고마운 도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과감하고 다양한 도전을 하는 모습으로 브런치에서 찾아뵙겠습니다. 과감한 실행력이 담긴 도전들, 피트니스 관련된 지식, 제 꿈을 향해 걸어가는 흔적들을 독자분들과 나눌 생각입니다.


찐파워 브런치를 구독해주시고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유튜브 <찐파워>도 구독해주시고 많이 사랑해주세요! :)

https://www.youtube.com/watch?v=V5ezuBvi5NQ&t=4s


연재 브런치북 <퇴사 후 사막을 달리다> 1편

https://brunch.co.kr/brunchbook/zzinpower3


연재 브런치북 <퇴사 후 사막을 달리다> 2편

https://brunch.co.kr/brunchbook/zzinpower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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