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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프씨 Mar 13. 2024

도대체 IB가 뭐야?

내 아이가 경험한 IB프로그램 #10

감히 국제학교를 평하다


12년을 한 학교에서 보내는 국제학교의 시스템이 개인적으로 꽤 괜찮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고학년과 저학년이 함께하는 행사를 통해 고학년은 잠깐이지만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경험을 하게 되고, 저학년은 선배들의 활동을 보며 몇 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리거나 멋진 선배를 넘어서고 싶다는 목표를 갖기도 한다.

최고학년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다 보니 사춘기가 심한 (중학교에 해당하는) 7, 8, 9 학년 아이들은 마음껏 으스댈 수가 없다. 멋 모르고 다니던 초등학교를 지나 어느 정도 학교 돌아가는 것도 파악하고,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호르몬이 (의도치 않게) 분비되는 그 시절. 이곳의 아이들도 그 학년의 아이들이 가장 활동적이고 무분별하기도 하며 이성 간의 관심과 소문도 가장 활발하다. 헌데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다. 자기들보다 크고 높은 고학년들이 교내에 함께 있기 때문이다. 상위 그룹이 항상 함께 한다는 하위 그룹에게 긴장과 주의를 요한다. 물론 전적인 이유가 되지는 않겠지만, 개인적인 견해로 이런 분위기가 사춘기 아이들의 일탈과 학폭 같은 문제를 감소시키는 다소의 역할을 하지 않나 생각한다.

어느 날 고학년이 된 둘째 놈이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동생이 사춘기인 것 같다고 한 적이 있다. 7학년이 되더니 갑자기 건방져졌다나. 어릴 땐 마주치면 인사도 잘하더니 언젠가부터 슬그머니 쌩을 까더란다.

니가 커 보니까 보이지? 너랑 니 친구들 미들 때도 아마 선배들 눈엔 그렇게 보였을 걸.

내 말을 들은 아들놈은 아마도, 하며 멋쩍게 웃었다. 마치 자신의 뒤를 돌아보듯 아직 철없는 후배들을 보며 어느새 아이는 조금 철이 들어가는 듯했다.  한두 살 차이 나는 동생들만 봐도 그런 게 보이는데 몇십 년 차이나는 엄마아빠 눈에 너희는 어떻게 보일까? 이어진 내 말을 아주 조금은 공감하는 듯했으니 말이다.


교육의 목적이 어떤 학문의 지식습득만이라면 독학이나 홈 스쿨링도 불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라는 작은 사회는 또래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식뿐만이 아니라 “관계”라는 것을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에서는 사회성을 배우지 못한다는 이유로 홈스쿨링을 금지한다고 한다. 교육은 결국 ‘지식’과 ‘관계’를 배우는 과정인 것이고 그걸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 바로 학교라는 형태인 것이다. 현재 우리 아이들의 학교가 지식뿐 아니라 얼마나 다양하고 의미 있는 관계형성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고, 그런 면에서 국제학교에서 진행되는 정신없을 정도의 다양한 활동들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국제학교에도 당연히 단점도 존재한다. 엄마라는 신분에서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라 꼽는 건 새벽도시락을 싸야 한다는 점이다. 졸업한 큰 아이 기준으로 그러니까 12년간 도시락을 싸 온 셈이다. 둘째 녀석이 11학년이니 앞으로 내 인생에 도시락 쌀 일이 일 년밖에(일 년씩이나) 남지 않았다. (하 하..)

이곳엔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있다 보니 일괄적인 학교급식 대신 각자 자신의 음식문화에 맞는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이슬람이거나 채식주의를 하는 가정이라면 꽤 엄격하게 식단을 관리한다. 학교에 캔틴(매점)이 있어 학년이 올라갈수록 캔틴을 사용하는 날이 늘어나긴 하지만 사 먹는 밥이 지겨운 건 동서양의 국룰인지, 아이는 여전히 금요일을 제외하곤 엄마표 도시락을 들고 등교를 하고 있다.

한국 학생이 꽤 많은 학교여서 오랫동안 한국분이 운영하시는 한식 캔틴이 있었다. 나름 기본적인 한식들이 있어 한국 아이들도 꽤 이용했고 한국 엄마들의 요청으로 한동안 도시락을 주문받아 판매하시기도 했다.

십여 년 이상 자리를 지키셨던 사장님은 개인 사정으로 다른 한인분께 가게를 넘기셨는데, 이후 무슨 이유인지 예전 같지 않다는 소문이 돌더니 결국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오던 한식가게는 문을 닫고 말았다.


도시락처럼 사심이 들어간 부분 외에도 당연히 다른 아쉬운 점들이 존재한다. 학비대비 교육시간이 짧은 것 같다거나, 앞서 언급했듯 한국인들이 원하는 그런 살뜰한 선생님의 케어가 부족하다거나, 의외로 자질이 의심스러운 선생님들이 꽤 있다거나. 솔직히 한국이었으면 이해되지 않는 상황 하나하나마다 문의를 하던 컴프레인을 하던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빈도가 한국에 비해 확실히 적다.

솔직히 말하면 언어소통의 문제가 가장 큰 이유이다. 아이의 교육문제에 관해 유창하게 대화가 가능한 부모도 물론 존재하지만 보통은 간단한 대화 정도만 가능한 부모들이 더 많다. 또 엄연히 이곳은 타지이며 이방인인 한국인은 소수에 속하는 집단이다 보니 내 입맛에 맞는 건의나 컴플레인을 위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앞서 필자는 IB 프로그램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단한 프로그램이라고 구구절절 소개했다. 그럼, 이론 적으로라면 이런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다 잘났고 성공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겠으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으로 본다면 말이다.

그 질문에 답을 하자면, 글쎄,라고 대답하겠다.

당장 내 아이만 보더라도 이토록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교육받았으니 수재 정도는 되어있어야 할 것 같지만, 실은 한 평범한 학교의 학생이라는 거다. 세계에서 가장 인정하는 프로그램의 학교를 똑같이 다녔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다 목표치에 달해있지는 않다. 이 목표치를 IB파이널 점수로 보자면 그렇다. 목표한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성과를 보이는 아이도 있지만 또한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당연히 존재한다. 반면에 이 훌륭하다는 프로그램을 접하지 않은 아이들 중에도 분명히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세계 최고의 프로그램만이 최고의 성공을 만드는 건 아니라는 반증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에게 다시 아이의 교육을 시작할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주저 없이 IB프로그램을 실행하는 학교를 선택할 것이다. 그 목표치라는 것을 다른 관점에서, 혹은 다른 기준으로 본다면 얘기가 많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서 교육받던 목표와 결과에 있어 큰 차이가 없을지는 모르겠으나, 경험해 본 바, 그 과정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그 방법들이 꽤나 괜찮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을 겪어본 대한민국 부모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결국 공부는 본인이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프로그램의 학교에서 공부를 하건 끊임없는 공교육과 사교육을 썰물 위에서 공부를 하건, 본인의 뜻과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은 공부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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