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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훈 May 06. 2019

여행에 미친 여자와 결혼했다

10) 그녀는 왜 딩크족이 되었을까


 나는 딩크족이 되었지만, 아직도 이 표현이 달갑지 않다. 내뱉는 건 더더욱 그렇다.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렇지만, 사실 치부로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반적이지 않은 걸 정상적이지 않은 걸로 치부해 버리는 나의 편협한 사고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아직은 그렇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사고하고,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을 지향한다. 그녀는 그것을 틀에 박힌 삶이라고 표현한다.

 월셋집에 살면 전셋집으로 가고 싶고, 전셋집에 살면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은 것처럼,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사는 건 모든 인간의 공통점이라고 나는 일반화한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사는 건 동의하지만, 그게 꼭 물질적인 것일 필요는 없다며 그녀는 일반화를 부정한다.

 매달 들어가는 돈이 두 배가 되더라도, 대출을 받아 전셋집에 살기보다는 월세살이가 낫다고 그녀는 말한다. 납득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심지어 누군가는 그녀를 질타할지도 모른다. 시장원리나 대한민국의 경제구조 따위는 그녀의 안중에 없다.


 하지만 그녀의 세상을 이해하면 위의 모든 것이 말이 된다.

 그녀의 세상의 주인공은 그녀 자신이고, 그 안에서 그녀는 더 행복한 등장인물이 되기 위해 고민한다. 그녀가 찾아낸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을 하는 것이다. 여행하는 삶이야말로 그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상향이다.

 여행하는 삶.


 그녀가 지향하는 여행하는 삶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자.




 그렇다. 언제든 떠날 수 있어야 한다.


 집과 차와 같은 물질적인 것들은 그저 속박이고 방해물일 뿐이다. 남겨진 우환 거리일 뿐이다.


 그녀가 딩크족이 된 이유도 이와 같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의 삶에 있어 아이는, 집과 차와 같은 속박일 뿐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감정이 들끓는다. 왠지 모르게 우울해진다.

 나는 딩크족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녀의 말대로 내 삶의 주인공은 나이고, 나 자신의 행복만을 위한 미래를 계획하고 꿈꿔보았다. 사소한 취미부터 큰돈이 드는 일까지, 아이가 없기에 가능하거나 수월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다행이었고 홀가분했다. 분명히 그랬다.

 그런데 왜 우울한 기분이 드는 걸까. 애초에 나는 받아들인 척을 한 걸까. 나는 가짜 인생을 살고 있는 걸까. 생각은 언제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감정도 그렇다. 나쁜 감정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이 글을 그만 끝내야겠다. 우울감에 잠식당하기 전에 벗어나야 한다.

 그녀와 대화를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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