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성훈 May 13. 2019

여행에 미친 여자와 결혼했다

11) 브런치와 그녀의 관계


 사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것은 그녀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게다가 소재가 그녀이니 나의 글 자체가 그녀라고 봐도 될 것이다.
 
 내가 결혼을 하고 세계여행을 간다고 주변에 알렸을 때, 몇몇 지인들이 나에게 유튜버가 되기를 권했고 그녀 역시 그랬다. 이미 세계여행이라는 콘텐츠도 있고 말도 잘하니까 해보라며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나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얼굴이나 목소리를 미디어에 송출하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도저히 사그라들지 않았다.
 계속되는 그녀의 권유에, 그럼 차라리 글을 쓰고 싶다며 마음 한편에 숨겨두었던 글에 대한 나의 애정을 털어놓게 되었다.

 얼마 후, 그녀는 나에게 브런치를 소개해 주었다. 작가를 신청해서 뽑히면 글을 쓸 수 있다며 도전해 보라고 했다. 이럴 때 보면 그녀는 좀 멋있다. 해보고 싶다고 하면 하라고 한다. 브레이크가 없다.

 그리고 나는 보기 좋게 탈락했다.








 누군가는 인생을 걸고 글을 쓰고 있을 브런치를, 나는 너무 가볍게 여겼다. 또는 세계여행이라는 소재를 너무 무겁게 여겼다.
 물론 소재도 중요하지만, 그 소재를 어떻게 글로 풀어내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몇 번의 실패를 통해 배웠다. 똑같은 걸 뻔하지 않게 써야 했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녀에게 조심스레 동의를 구했다.

 “내가 널 좀 까도(?) 되겠니...?”
 “응~ 깔 테면 까 봐. 난 당당해!”

 그래서 지금 나는 이렇게 공식적으로 그녀를 까고 있다. 물론 그녀도 나의 독자이다. 내 글의 주인공이 나의 글을 읽는다는 사실 또한 신선한 자극으로 작용해 내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고 있기도 하다.

 글을 쓰는 것에 재미를 붙이고 연재에 불을 붙여가는 지금, 문제가 생겼다. 그녀가 개입을 시도한다.

 “날 너무 까는 거 아냐?”
 “이건 인정할 수 없어, 과장이야.”
 “누가 보면 내가 마귀할멈인 줄 알겠어.”

 마귀할멈이라는 대목에서 잠깐 움찔했다. 떠올려 본 적 있던 이미지였다.
 열변을 토하던 그녀가 이제는 좋은 이야기도 한번 쓸 때가 되었다며, 자신의 매력을 써 보라고 한다. 조금 흔들리긴 한다. 분명 나도 좋아서 결혼한 게 맞는데, 주변에서 오해할까 봐 조금은 걱정되던 참이었다.

 그렇지만, 일단은 개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나의 글에 비선 실세가 존재해서는 안되며, 나의 순수 의지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그녀는 더욱 어이없어하며, 있는 사실을 그대로 쓰라는 건데 무슨 비선 실세며 농단이냐고 역정을 낸다. 하지만 그 있는 사실이 당장 떠오르지 않는 걸 어떡한단 말인가...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브런치라는 길로 인도했던 그녀가 다시 한번 브런치에 개입하려고 하고 있다. 내가 더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줘서 진심으로 고마우며, 그녀의 개입이 나의 브런치에 날개를 달아주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나는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에 대비해 오늘부터 그녀의 장점을 메모하려고 한다.

 

 부디 다가올 그녀의 매력에 대한 글이 허구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세계여행 사진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이전 10화 여행에 미친 여자와 결혼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