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나라를 여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난의 민낯을 마주할 일은 없었다. 왜냐면 내가 가는 곳은 세계 여행자들이 찾는 관광명소였으니까. 그러다 길을 잃었다.
시티파크 백조(?)
길을 잃고 보게 된 것들
한 평 남짓의 나무로 만든 집, 그런 집들이 옹기종기 밀집돼 있었다. 나무로 벽 처리를 한 틈 사이로 시선이 갔다. 간소한 세간살이가 보였다. 가구라고 칭할 만한 것은 없었고, 냄비 두어 개와 정체불명의 물건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안락과 거리가 먼 집, 안보다 밖이 더 나았을까. 집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입구에서 아이를 안고 있던앳된 엄마가 낯선 이방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예쁜 미소를 보내줬다. 나를 신기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반가워하는 것 같기도 한 쑥스러운 미소였다. 나도 그녀에게 미소로 화답을 했다. 조금 더 걸어가니, 공동 세면대가 나왔다. 다소 삭막해 보이는 회색의 시멘트 공간이었다. 양쪽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수도꼭지가 놓여 있었다. 샤워하는 소녀도 만났다. 주요 부분만 가릴 수 있는 샤워 부스였다. 그러니까 누가 샤워 중인지 노출되는 목 윗부분을 통해 확인 가능한 구조였다. 비가 오는 날은 이용할 수 없는 천장이 없는, 집 내부가 아닌, 동네 한복판에 위치한 샤워 공간이었다. 차마 사진기를 꺼내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만드는 가난이 그곳에 있었다.
길을 잘못 들어선 김에, 마음 내키는 대로 가보기로 했다. 바닷가가 보였다. 바다로 향했다. 지저분한 바다가 있었다. 바다색이 에메랄드의 맑고 청초한 그런 색이 아니었다. 묘사하는 게 유쾌하지 않은 어둡고 탁한 색이었다. 좀 전에 본 허술한 집이 또다시 보였다. 차이라면 모래 위에 위치해 있다는 점과 아까만큼 밀집돼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바닷가엔 물놀이하는 인파 대신 손빨래를 하는 여인들이 있었다. 바닷물로 세탁한 꾸깃꾸깃한 옷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풍경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타고 온 자전거를 끌고 육지로 올라가야지 하는데, 상의를 탈의한 아저씨가 등장했다. 내가 힘겨워하는 걸 봤나 보다. 말없이 '번쩍' 내 자전거를 들어선 아스팔트 위로 옮겨줬다. 그리곤 또 한 번 잊을 수 없는 환한 미소를 봤다.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 진심이었다.
시티파크의 슈퍼맨(?)
가난한 나라의 놀이공원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았다. 그러다 멀지 않은 곳에 회전관람차가 보였다. 시티파크 CITY PARK라는 놀이공원이었다. 나는 그곳으로 달려갔다. 구글 지도에도 놀이공원으로 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지금까지 다녀온 밝고 경쾌한 놀이공원과 다른 느낌이었다. 이미테이션의 느낌이랄까. 조악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곳이었다. 히어로 슈퍼맨이 내가 알던 슈퍼맨이 아니었고, 미니언즈도 내가 알던 미니언즈가 아니었다. 그렇게 놀이공원을 둘러보다 후룸라이드를 발견했다. 그냥 가기엔 다소 아쉬워 표를 끊었다. 그러다 F4와 금잔디로 보이는 무리와 함께 타게 됐다. 지금껏 동남아를 다니면서 본 적이 없는 어여쁜 여자 아이였다. 웨이브를 넣은 긴 머리에 안경을 쓰고 있는데, 참 예뻤다. 반면, 동행한 남자들은 잘 모르겠는데, 눈에 띈 건 그중 한 명이 버버리라고 적힌 명품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로데오를 지나치게 됐다. 진심으로 탈까 말까 고민했는데, 아무도 없길래 용기를 냈다. 근데 막 올라타려는 찰나, F4와 금잔디가 들어왔다. 나는 처음 타 본 로데오 위에서 있는 힘껏 버텼지만 얼마 못 버티고 직하강했다. 창피했지만 다행히 그 순간은 짧았다. 버버리를 입은 미얀마 구준표가 내가 내려온 그 로데오에 올라탔다. 떨어질 때까지 운행을 멈추지 않는 로데오에 올라 여유롭게 로데오를 즐기는 구준표를 보면서, 또 그를 떨어뜨리려는 친구들의 방해 공작을 보면서 같이 웃었다. 로데오 위에서 버티면서 방전된 체력을 충전했다. 그렇게 우연히 들린 놀이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는 놀이공원 입구에 주차해 놓은 자전거를 찾는데, 클랙슨이 울렸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자가용이 보였고 구준표와 그 무리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도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미니언즈라고 부르기 민만한 미니언즈
가난한 나라를 여행한다는 것
예전에 스위스 호텔 학교에서 공부한다는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한국인으로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해, 아시아에 대해 묻는 질문에 노출됐고, 그렇게 답을 찾기 위해 가난한 나라 아시아를 여행하기 시작했다는 친구였다. 그 친구가 본 가난한 나라는 어땠을까.
여러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버스를 타고 가다 여자들이 나무로 만든 수공예 바구니에 돌멩이를 가득 담고선 도로 건설 작업을 하고 있던 것, 플립플랍을 벗어놓고 맨발로 나무로 만든 사다리에 올라 지붕을 수리하던 노동자, 매대에 바나나 달랑 서너 송이를 올려놓고는 의자 대신 바나나 옆에 앉아 바나나를 팔고 있던 상인, 놀이터에서 갱지라고 해야 할까 얇고 누런 교과서를 펼치고 공부하던 학생